파리의 심판 화이트 와인 1위 샤토 몬텔레나
영화 ‘와인 미라클’ 실제 주인공 보 바렛 인터뷰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프랑스어 원제 우리를 이어주는 것·Ce qui nous lie, 영어 원제 부르고뉴로의 귀환 Back to Burgundy)’, ‘사이드웨이(Sideway)’, ‘와인 미라클(Wine Milacle)’, ‘어느 멋진 순간(A Good Year)’, 언더 더 투스칸 선(Under The Tuscan Sun)’ 와인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봐야할 와인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영화죠. 이중 가장 최근 개봉한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은 아름다운 포도밭의 사계절과 와인을 몰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공감 스토리를 담아 큰 인기를 불러 모았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부르고뉴의 아름다운 포도밭 속으로 마구 달려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요. 실제 기자는 다이안 레인 주연의 언더 더 투스칸 선을 본 뒤 아름다운 투스카니의 풍경에 반해 영화의 배경이 된 이탈리아 코르토나 마을의 와이너리를 찾아간 기억도 있답니다.
이중 와인 미라클은 와인의 변방이던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인이 어떻게 세계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는지를 담은 영화에요. 미국 와인의 매력을 잘 그려낸 사이드웨이와 함께 미국 와인의 교과서같은 영화죠. 와인 미라클의 원제는 보틀 쇼크(Bolttle Schok)인데 스토리는 이렇답니다.
‘1976년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한 포도농장. 농장주 짐 배럿은 역사에 남는 최고의 와인을 빚겠다는 일념으로 은행 빚을 빌려 파산 직전의 농장을 고집스럽게 끌고 나간다. 하지만 철부지 외아들 보 배럿은 이런 아버지가 못마땅해 사사건건 부딪힌다. 그러던 어느날 프랑스에서 온 한 남성의 제의로 보는 프랑스 와인과 나파밸리 와인과의 경합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파리로 떠난다. 하지만, 그 사이 온 정성을 기울여 양조한 화이트 와인이 모두 갈색으로 변해버리자 절망한 짐은 모든 와인을 헐값에 처분하고 양조장을 닫는다. 절벽 끝에 선 절체절명의 순간 파리에서 뜻밖에 통보가 온다. 자신이 빚은 와인이 프랑스의 유명한 와인을 모두 제치고 1등을 했다는 소식이다. 우여곡절 끝에 처분했던 와인을 되찾고 짐의 와인은 세계 최고 와인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와인 미라클은 와인의 변방이던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이 와인의 ‘성지’이자 ‘심장’인 프랑스를 강타한 사건, 1976년 ‘파리의 심판’을 다룬 영화랍니다. 당시 샤토 무통 로칠드를 비롯한 난다 긴다하는 그랑크뤼 1등급 5대 샤토를 모두 제치고 나파밸리 와인이 1위 등극하게 됩니다. 화이트 부문 1위는 샤토 몬텔레나 샤도네이(Chateau Montelena Chardoney) 1973, 레드 와인 1위는 스택스립 SLV 카베르네 소비뇽(Stag's Leap SLV Cabernet Sauvignon) 1973입니다. 이중 샤토 몬텔레나를 다룬 영화가 바로 와인 미라클에요. 당시 1위로 선정된 샤토 몬텔레나 1973 빈티지 병은 현재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미국을 만든 101가지 오브제’로 링컨의 모자, 암스트롱의 우주복과 함께 전시돼 있습니다.
샤토 몬텔레나 샤도네이는 아메리카 새 오크로 숙성을 과하게 해서 묵직하게 만드는 일반적인 캘리포니아 샤도네이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에요. 날카로운 산도를 둥글게 다스리는 젖산발효도 하지 않고 숙성기간동안 저어주는 바토나주(Batonnage)도 하지않아요. 이때문에 경쾌(Crispy)하고 순수한 자연 산미가 잘 살아있고 미네랄이 돋보입니다. 바토나주는 긴 막대기로 와인을 휘저어 바닥에 가라앉은 효모 앙금 찌꺼기(lies)를 위로 띄우는 양조기술인데 와인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준답니다. 바토나주를 하려면 양조통의 뚜껑을 열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가벼운 풍미는 산화된 풍미로 바뀌게 되죠. 복숭아, 배 의 가벼운 과일 풍미가 열대과일 처럼 묵직하게 바뀌는 겁니다. 이런 바토나주를 잔뜩해주면 프랑스 부르고뉴 뫼르소처럼 짙어진답니다.
샤토 몬텔레나는 대신 병 숙성을 통해 복합미와 질감을 끌어냅니다. 감귤, 청사과, 복숭아 등 과일향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쟈스민과 헤이즐넛 향을 품고 있네요. 또 하나. 오크를 과하게 한 샤도네이는 생선회를 만나면 비린내를 극대화 시키는데 이 와인은 오크를 최대한 절제하기 때문에 생선회, 스시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오일 파스타, 깔라마리, 돌문어 샐러드 등과도 즐기기 좋답니다. 샤토 몬텔레나 샤도네이는 5~7년도 정도 숙성에 최적화된 와인이지만 1990년대 중반 빈티지 와인을 지금 마셔도 아직 산미가 살아있을 정도로 장기 숙성도 가능합니다. 아주 재미있는 사실이 있었요. 씨간장 처럼 작년에 사용한 죽은 효모를 올해 다시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효모가 당분을 알코올 바꾸는 과정에서 빵냄새 같은 자가분해향이 얻어지는데 1년전 효모를 다시 사용하면 복숭아 같은 핵과일의 향을 더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샤도네이는 즙을 짜내기 위해 압착을 할때 포도송이째 으깨는 전송이 압착을 하면 더 강한 풍미를 얻을 수 있는데 이를 적절하게 혼용해 복합미를 더해 줍니다.
파리의 심판 당시 현장에 직접 날아간 영화속 샤토 몬텔레나의 아들이 지금 와이너리를 이끄는 보 배럿(Bo Barret)입니다. 샤토 몬텔레나의 CEO이자 마스터 와인메이커인 보 배럿이 최근 한국을 찾았습니다. 영화속 청년은 어느새 백발이 성성한 노년이 돼 있더군요. 그를 실제 보게 되다니 감개무량하네요. 샤토 몬텔레나는 나라셀라에서 수입합니다.
“다 픽션이에요. 은유적 표현이죠. 영화속에서는 자유분방한 청년으로 그려지지만 실제는 가장 먼저 출근해서 마지막에 퇴근할 정도로 부친을 도와 일만 죽어라 했어요. 하하”. 영화에는 보 배럿이 부친 짐 배럿(Jim Barret)과 사사건건 다툽니다. 짐은 이런 보를 복싱을 하며 훈육합니다. 하지만 이 장면은 픽션이라는 군요. 영화와 달리 보는 와이너리에서 햇볕을 못 보고 셀러에서 일만 죽어라하는 직원을 빗대 서 일컫는 ‘셀러 랫(Cellar Rat)’처럼 일만했다고 합니다. 1973년부터 포도 수확에 참여한 그는 파리의 심판 당시의 와인메이커 그르기치 힐스(Grgich Hills)와 제리 루퍼 밑에서 와인메이킹을 배웠고 1982년에야 정식 와인메이커로 데뷔합니다.
미국 와인이 파리의 심판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지만 사실 이 보다 더 오래전에 세계 무대에 얼굴을 알렸답니다. 이미 1855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미국의 크레스타 블랑카 와이너리(Cresta Blanca Winery)가 금메달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어요. 1902년에 캘리포니아 와인 협회가 만든 소책자에는 빈야드의 구획 그림도 등장합니다. 물론 샤토 몬텔레나의 역사도 1882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상원의원이던 알프레드 텁스(Alfred Tubbs)는 나파밸리 최북단 칼리스토가(Calistoga)의 크리카(Crica)에 돌을 쌓아 만든 유럽풍 고성 와이너리 텁스 와인 셀라(Tubbs Wine Cellar)을 짓기 시작해 1888년 완공합니다. 나파밸리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인셈이죠.
캘리포니아는 1800년대 중반 골드러시로 부가 창출되는데 와이너리 최초 설립자 알프레도 텁스는 아주 부유한 정치인이었어요. 당시 항구에 정착한 배들은 모두 밧줄로 연결했는데 이 밧줄을 독점 공급하면도 많은 돈을 벌었다는 군요. 그는 이를 바탕으로 멋드러진 유럽풍 고성으로 와이너리를 짓고 빅토리아풍의 고급 저택도 만듭니다. 하지만 1918년 알프레도가 타계하고 1919년 금주령까지 선포되면 와이너리는 문을 닫게 됩니다. 1932년 손자가 와이너리를 다시 열려고 했지만 1937년에 실패한뒤 아주 오랫동안 폐허로 방치됩니다.
이런 이름만 남은 와이너리를 인수한 이가 바로 LA의 유명 변호사이던 짐 배럿이에요. 아이리시 이주민의 부친을 둔 그는 변호사라는 직업이 고객을 재판에서 이기게 하면서 돈을 벌지만 자기때문에 누군가는 불행진다는 사실에 자괴감에 시달립니다. 이에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와인을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1972년 텁스 와인 셀라의 아름다운 고성을 보고 한눈에 반해 이를 인수합니다. 하지만 고성 건물 외에는 아무것도 남은게 없었죠. 그래서 포도나무 식재에서 양조장 복원까지 모두 새롭게 일궈나가야 했습니다. 이런 노력끝에 이제 샤토 몬텔레나는 나파밸리 방문객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가 됐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초 샤토 몬텔레나의 아이콘 와인은 샤도네이가 아니라 카베르네 소비뇽이라는 점입니다. “파리의 심판 덕분에 와이너리 초창기에는 샤도네이가 워낙 유명해졌지만 사실 우리는 프랑스 그랑크뤼 1등급 5대 샤토에 필적할 레드 와인을 만들려고 와이너리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카베르네 소비뇽을 심었죠. 하지만 최소 5년은 돼야 제대로된 포도가 열려요. 또 오크숙성과 병숙성을 거치면 10년은 지나야 첫 빈티지를 세상에 선보일수 있답니다. 이에 초창기 자본이 필요했죠. 그래서 1년만에 만들 수 있는리슬링과 2년만에 생산이 가능한 샤도네이 프로젝트를 먼저 시작했죠. 그런데 두번째 빈티지인 샤도네이 1973이 파리의 심판에서 덜컥 우승하면서 샤도네이로 뜨게 된거죠. 하지만 몬텔레나 와인은 처음부터 75%가 카베르네 소비뇽일정도로 아주 잘 만든 카베르네 소비뇽에 집중했답니다”.
샤토 몬텔레나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Chateau Montelena Napa Valley Cabernet Sauvignon) 2016은 카베르네 소비뇽 86%, 메를로 13%, 카버네 프랑 1%를 섞어 16개월동안 프렌치 오크과 동유럽 오크에서 숙성합니다. 뉴오크는 35%만 사용합니다. 나파밸리 AVA 중 늦게 지정된 칼리스토가에서 만듭니다. 와인 레이블에는 Napa Valley로 적혀있지만 부르고뉴 마을단위(빌라쥐)급이라 할수 있는 뛰어난 포도밭 칼리스토가 와인으로 만들기에 빌라쥐급으로 보면 됩니다. 스타일 크고 뚜렷한 골격을 지녔으며 피니시는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말린 블루베리, 자두, 체리와 싱그러운 라벤더, 코코아, 블랙 페퍼, 라즈베리 잼의 아로마가 어우러지고 얼씨한 흙내음도 읽힙니다.
“초창기 나파밸리 와이너리들은 유럽 모델을 따라 만들려 했죠. 하지만 샤토 몬텔레나는 싱글빈야드 포도만 사용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카베르네 소비뇽 하우스로 설계됐답니다. 이는 처음부터 몬텔레나의 꿈이었고 그 꿈을 따라서 와인메이커가 와인을 만들고 있어요. 와이메이커의 인풋(input)이 땅의 인풋(input)을 넘어서면 안되죠. 어떤 와인메이커를 고용해도 땅이 반영된 와인을 만든다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에요”. 2008년 마스터 와인메이커된 보 바렛은 이제는 굵직한 결정만 내리고 매튜 크랩튼(Matthew Crafton)이 와인메이킹을 전담하는데 최고의 와인 메이커를 모셔온 것으로 평가한다는군요.
샤토 몬텔레나 이스테이트 카버네 소비뇽(Chateau Montelena Estate Cabernet Savuginon) 2014는 카베르네 소비뇽 97%, 카버네 프랑2%, 쁘띠 베르도 1%를 섞어 22개월동안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합니다. 새 오크 비중은 35%. 보르도 그랑크뤼 1등급 샤토 라뚜르(Chateau Latour)의 파워와 생테밀리옹의 샤토 앙젤뤼스(Chateau Angelus)의 우아함을 섞은 듯한 느낌을 주는 샤토 몬텔레나의 최상위급 에스테이트 와인입니다. 진하고 풍부한 블랙커런트와 미네랄이 돋보이고 연필심 깎는 냄새, 삼나무, 얼씨한 흙내음이 어우러지네요.
“캘리포니아 초기 와인들은 산미가 낮고 당도가 높으며 오크를 아주 많이 사용했죠. 심지어 ‘200% 뉴오크에서 숙성했다’는 카피를 달 정도였어요. 미국인들은 콜라처럼 단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포도를 과숙시키는데 이러면 알코올 도수가 높게 나오죠. 그런데 알코올이 높으면 쓴맛이 나와요. 이를 덮기 위해 새 오크를 많이 사용하게 됐죠. 새오크를 많이 쓰면 단맛을 적절하게 잡아주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몬텔레나만의 스타일로 와인을 만들어요 ”.
보 바렛은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에 들어오는 소비뇽 블랑과 진파델 와인도 선보였습니다. 샤토 몬텔레나 나파 밸리 소비뇽 블랑(Chateau Montelena Napa Valley Sauvignon Blanc )2017은 소비뇽 블랑 85%, 세미용 15% 정도 섞여 있으며 프렌치 오크에서 6개월간 숙성합니다. 이런 블렌딩은 전형적인 보르도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다른 점은 두 품종을 각각 양조해 나중에 블렌딩하는 게 아니라 포도밭에 소비뇽 블랑과 세미용이 처음부터 섞여서 자란다는 점이에요. 이를 필드 블렌드로 합니다. 4에이커 규모에서 1000케이스정도만 생산하기 때문에 와이너리 테이스팅룸에서 현장 판매만 하고 아주 일부만 수출한다는군요. 내수용을 팔지 않는답니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코에서 막 풀을 자른듯한 풀 냄새가 강렬한데 이런 스타일과는 완전히 달라요. 산도가 잘 뒷받침 돼면서도 날카로운 풀내음이나 덜익은 풀향은 없고 아주 잘 익은 과일향, 특히 멜론, 구아바, 무화과와 굉장히 향긋한 꽃내음, 카모마일 같은 허브향이 넘실거립니다. 입에서는 자몽 타르트, 산딸기의 상큼하고 고소한 풍미도 느낄수 있어요. 소비뇽 블랑은 올해 하반기부터 나라셀라를 통해 수입될 예정입니다.
“소비뇽 블랑은 프랑스 루아르, 보르도, 오스트리아 등 다양한 스타일을 테이스팅하고 결정했어요. 2007부터 생산됐는데 처음에는 소비뇽 블랑 100%로 만들었죠. 날씨가 더워도 선선할때 수확해서 착즙해 풀냄새가 덜난답니다. 2013년부터는 세미용을 5% 정도 넣어서 보르도 스타일로 만들고 있답니다”.
샤토 몬텔레나 칼리스토카 진판델(Chateau Montelena Calistoga Zinfandel) 2016은 진판델 100%로 16개월동안 프렌치, 아이리쉬, 아메리칸 오크 숙성하며 뉴 오크 비중은 20%입니다. 캘리포니아 진판델은 강한 농축미가 특징인데 샤토 몬텔레나 진판델은 프랑스 남부론의 ‘교황의 와인’ 샤토 네프 뒤파프를 모델로 만들었습니다. 잘 익은 체리와 산딸기 같은 , 블랙베리 잼, 타바코, 붉은감초, 시나몬, 검은 후추, 아니스(정향)와 모카, 토스티함 등이 어우러집니다. “진판델은 포도 알멩이가 익는 속도가 다 달라서 다 익을때까지 기다리다보면 알코올 도수가 올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손수확을 할때 건포도처럼 너무 익은 것은 걸러내죠. 또 착즙할때 이탈리아에서 건조한 포도로 만드는 아마로네같은 느낌이 나면 바로 착즙을 멈추고 즙을 뽑아내 다른 곳에 팔아요. 과숙되지 않은 포도즙으로 만들죠”. 진판델은 이탈리아가 고향으로 알려진 프리미티보와 유전적으로 동일하거나 또는 부자관계 같은 품종이죠. 화이트 품종 비오니에를 좀 섞어 발효하는데 비오니에가 좀 들어가면 색이 더 선명해지고 향도 더 풍부해진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