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칼럼] 최저임금, 잠깐이라도 동결하자

임금 인상·노동시장 조건 강화 / 제조업 생산 2년간 쪼그라져 / 직격탄 맞은 업종이라도 동결 / 기업 경쟁력·의욕 되살려 줘야

문재인정부가 집권하고 나서 2년 동안 제조업 생산은 마치 백색왜성처럼 쪼그라들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17년 1분기 106.7이던 제조업생산지수는 2년 뒤인 2019년 1분기에는 98.9로 추락했다. 2년 전보다도 7% 가까이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다. 거의 2011년 수준 생산이라고 보면 된다.

제조업 중에서도 특히 생산이 많이 쪼그라든 산업은 섬유산업 79.7(2015=100, 이하 동일), 의복 88.4, 가죽 70.1과 같은 경공업 제품은 물론 기타 운송(조선) 68.2, 금속가공 85.3, 자동차 90.1 및 비금속광물 90.5 등과 같은 중화학공업도 마찬가지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 교수 경제학

어떤 사람들은 제조업생산은 이미 오래전부터 쇠락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현 정부의 탓이 아니라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출범 직전 2년 동안에 제조업생산지수는 96.0에서 102.4로 6.4포인트나 올라갔으니 그 말이 틀렸다. 실제로 현 정부 직전 2년 동안 생산이 쪼그라든 산업은 조선업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어렵다는 자동차산업만 해도 2015년 1분기부터 2017년 1분기까지 생산은 97.6에서 97.9 로 현상 유지는 했다. 섬유산업도 같은 기간 생산이 96.0에서 94.0으로 떨어지기는 했으나 문재인정부 2년 동안 94.0에서 79.7로 14.3 떨어진 것에 비하면 양호했다.



문재인정부 2년 동안 제조업 생산이 쪼그라든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경제가 특별히 나빴던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성장률만 하더라도 2016년과 2017년 각각 1.6%와 2.2%이던 것이 2018년에는 2.9%까지 치솟았고, 중국은 같은 기간 6.7%와 6.8%에서 6.6% 정도로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세계 수출 환경은 오히려 현 정부 들어와 훨씬 나아졌다. 전 세계 수출 증가율만 보더라도 2016~2017년은 각각 -4.2%와 10.7%였으나 2018년은 11.5%였으니 수출은 훨씬 더 잘됐다. 미국이나 중국도 2016~2017년보다 2018년 수출증가율이 훨씬 높았다.

세계 경제성장률도 더 높았고 세계 수출여건도 더 좋았는데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한국 제조업 생산이 초라하게 쪼그라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의 절반은 아베정부 출범 직후 일본 엔화의 50% 가까운 약세가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장 조건 강화로 인한 기업의 경쟁력상실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한, 휴일근무 금지, 산업안전법 강화 등과 같은 강력한 근로환경 압박요인이 도입되면서 기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소실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제조기업의 경쟁력과 의욕이 떨어지면서 미래를 향한 설비투자는 계속해서 1년 이상 감소하고 있고, 제조업의 해외탈출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는 13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이것이 위기가 아니면 무엇이 위기일까.

일단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하자. 전반적인 동결이 정말로 어렵다면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만큼만이라도 동결하자. 역사상 최저임금은 동결한 적이 한 번도 없다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번만은 속는 셈치고 대승적으로 중소자영업자의 호소를 들어 주자.

그렇다고 올릴 형편이 되는 업종의 임금을 깎자는 말은 아니다. 그 대신 최저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에 대한 임금 보전은 좀 늘려 주자. 근로장려세제(EITC) 혜택도 좀 늘려주자.

제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신경을 좀 더 써주자. 영세기업을 인수·합병(M&A)으로 묶어서 규모의 경쟁력 있는 더 큰 기업으로 구조조정하게 해 주자. 낡은 공장은 최신설비로 교체하고 생산직 근로자를 해외로 연수를 보내 기술교육을 강화시키자. 외국 제조업체의 국내 진출 혹은 국내기업과의 연계 채널을 많이 만들어 주자. 재벌기업 총수를 만나서 포즈 취하기보다는 어려움을 겪는 창원, 구미, 울산, 광주, 목포, 군산의 수만 중소자영업체의 눈물을 닦아주고 흉금을 풀어주자.

평생을 어렵게 살아온 중소자영업자에게 아쉬운 것은 진솔한 사과와 따뜻한 격려의 한마디를 제대로 듣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 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