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가 국내에 상용화된 지 두 달이 다 돼간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일부 도시 등을 시작으로 5G 상용화가 진행 중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만능열쇠’ 기술로 꼽히는 5G는 이전 통신기술에 비해 초고속·초저지연·초대용량이라는 강점을 지녔지만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5G 서비스 품질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이유다. 5G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하다. 통신 장비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5G 통신 품질을 높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현장을 찾아갔다.
지난달 31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6층 건물 옥상에서는 SK텔레콤의 5G 기지국 장비가 설치되고 있었다. 기존에 설치된 4G(LTE) 장비를 비롯해 KT 등 타사의 장비들도 들어서 있었다. 이곳은 세계 최대의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와 대우월드마크센텀아파트,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전당 ‘비프힐’, 지역방송국 등 주요 건물들이 몰려 있는 통신의 요충지다.
기지국이 들어서기 위한 조건은 크게 두 가지이다. 목이 좋은 곳에 주요 상권이 들어서는 것과 마찬가지로 통신 기지국도 ‘입지’가 좋아야 한다. 해운대와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효과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지점이 일차적인 대상이다. 목이 좋아도 건물 배치에 따라 전파의 흐름이 막히거나 방해를 받을 수 있다. 요충지이면서 전파가 방해받지 않는 곳이 통신 기지국 설치의 명당 자리다.
이런 명당 자리에는 예외없이 각종 통신장비나 각종 안테나가 촘촘히 들어서 있다. 이날 최적의 입지를 갖춘 부산 서면 1번가에서 LG전자의 V50 씽큐로 5G 통신품질을 측정한 결과 1100Mbps 내외의 속도가 나왔다. 통신 속도는 시간대에 따른 이용자 수에 따라 바뀔 수 있고, 인근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더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도 있다.
부산의 경우 산지가 많고 해안에 고층 빌딩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상범 SK텔레콤 부산지사 AI팀 매니저는 “일반적으로 통신 전파를 위에서 아래로 쏘지만, 산지가 많은 곳에서 아래에서 위로 쏘도록 설계를 하기도 하고 고층 빌딩이 밀집한 곳에서는 보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최적화 작업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주파수 대역으로 살펴보면 5G는 4G보다 고주파 대역에 위치한다. 4G는 800㎒부터 2.6㎓ 사이의 일부 대역을 쓰는 데 반해 5G의 경우 3.5㎓와 28㎓ 두 대역을 쓴다. 고주파일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클라우드, 자율주행 등의 기술을 잘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전파의 도달 거리는 짧다. 4G의 경우 전파의 도달 범위는 300∼400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5G의 경우 200∼300 내외이다. 전파가 퍼지는 각도는 일반적으로 4G가 60도 내외이고, 5G가 120도 내외이다. 더 높은 주파수 대역을 이용하는 이동통신기술일수록 기지국과 장비를 더 많이 깔아서 촘촘하게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3.5㎓ 대역을 통한 5G가 서비스되지만 미국처럼 28㎓ 대역까지 상용화된다면 더 많은 기지국과 장비가 필요한 셈이다.
1차로 장비 설치가 마무리됐다고 해서 기지국 구축이 끝나지 않는다. 최적의 입지에 안테나를 꽂았다고 해도 재건축으로 해당 건물이 없어져 버리거나, 바로 앞에 훨씬 높은 고층 빌딩이 들어서 버리면 허사다. 도로가 끊기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시 최적의 입지를 찾고, 그에 따른 최적화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5G 전파는 직진성이 강한 대신 투과력이 약하다. 이 때문에 벽으로 둘러싸인 건물 안쪽에서는 원활한 5G 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다. 올 하반기에는 이에 대한 개선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전국의 85개 시의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5G 망을 확충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목표로 삼은 기지국 및 장비의 50% 이상을 구축했다”며 “독자 기술과 맞춤형 네트워크 제공 서비스를 토대로 5G 품질 향상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