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설’ 나돌았던 北 김영철 건재 … 김정은과 공연 관람

51일 만에 다시 공식행사에 모습 / 北, 일부 오보 반박하려고 공개 / “신뢰 못할 대북소식통 의존 안돼” / 韓·美 “숙청설 확인해줄 수 없어”

숙청설이 제기됐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관 행사에 등장하며 건재함이 확인됐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지난 2일 제7차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서 당선된 부대들의 경연을 관람했다고 3일 전했다. 이날 공연에는 북한 주요 간부들이 총출동했는데, 최근 국내 일각에서 ‘강제노역형’에 처했다는 설이 제기됐던 김 부위원장이 주요 참석자 가운데 한 명으로 호명됐다. 노동신문에 게재된 사진에는 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왼쪽에서 다섯 번째 자리에 앉았다. 지난 4월 열린 노동당 제7기 4차 전원회의에서 장금철에게 통일전선부장직을 넘긴 후 공식 행사에서 모습을 감춘 지 51일 만에 다시 국가 행사에 등장한 것이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흰색 원)이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제2기 제7차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 당선 군부대의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을 관람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앞서 지난 5월 말 국내 일각에서 숙청설이 제기됐지만, 김 위원장의 예술소조경연 참관에 배석한 동정이 3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국내 일부 언론은 김 부위원장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으로 자강도에서 강제노역을 하고 있다고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의 이번 보도는 국가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실을 바로 잡는 측면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남쪽에서 자신들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올 경우 공개적 반박보다는 정치 행사 참석 등으로 우회적으로 오보임을 알린 경우가 많았다. 2013년 음란물 제작 혐의로 총살됐다고 보도됐던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2016년 당시 정부가 사실상 공개한 리영길 북한군 총참모장 처형설, 2015년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 사망설에 대해 북한은 주요 행사 참석자 소개에 이름을 언급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사망설을 부인했다.

 

최근 ‘김영철 라인’에 대한 숙청설에 대해 한·미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워싱턴 관가에서 최소 5주 동안 관련 소문이 돌았지만, 미국 관리들 누구도 소문을 확인하거나 반박할 정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숙청설과 관련해 “모른다”고 답했다. 청와대나 정보기관도 이번 숙청설에 대해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해 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숙청과 공포정치에 의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언론보도를 통해 처형됐다고 나온 인사들의 상당수는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신뢰하기 어려운 대북소식통에 의존해 단정 보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책임하고 성급한 추정보도는 우리 언론의 신뢰도에 심한 손상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