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의 엄호 속에 내년도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가시화하자 노동계의 반발 목소리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종합총연맹(민노총)은 4일 서울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십조 원의 주식 배당을 받고 사내유보금을 쌓은 재벌이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은 사회적 약속”이라며 “생계를 보장하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노총은 “보수언론과 재벌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참사가 발생하고 있다는 가짜뉴스도 양산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에 미치는 영향은 보수언론의 침소봉대일 뿐 실제 연구결과는 엇갈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내 연구보고서도 그렇고 미국 등 해외에서 이뤄진 연구 결론도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라며“오히려 고용문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최저임금인상이 아니라 제조업 위기”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로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경쟁력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노총은 “현재 최저임금은 가족 생계비 기준 50%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재벌은 중소상공인과 최저임금노동자를 이간질하면서 책임을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벌과 최고경영자 최고임금제도 도입해야 한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대기업이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분담하도록 행정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노총은 경기, 인천, 충북, 대전, 광주, 경북, 대구, 부산, 강원, 제주 경총사무실 등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시민 선전전을 동시다발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앞서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위원장은 문재인정부의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는 게 우선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2020년까지 달성한다는 (정부의) 목표는 깨진 게 사실이지만, 한두 해 더 가더라도 최저임금 1만원은 반드시 도달해야 할 목표”라며 “속도조절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5일 서울을 시작으로 6월10일 광주, 6월14일 대구 등 3개 권역에서 공청회를 실시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번 공청회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현장 노·사·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