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 신상공개 결정

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고유정(36)의 신상이 공개됐다.

 

제주경찰청은 5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씨에 대한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운동복으로 얼굴을 가린 채 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주=연합

신상공개위원회는 제주경찰청 소속 경찰관과 인권위원, 정신의학과 교수, 법학교수 등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사건 피해자 유족들은 고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해 왔다.

 

유족 측은 “범행이 잔인하고 이로 인해 치유하지 못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그 밖의 모든 공개 요건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며 신상공개를 강력히 요구했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며, 피의자가 청소년이면 안 된다.

 

제주에서는 강력 범죄로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사례가 두 차례 있다. 지난 2016년 제주 성당 살인 사건 피의자 중국인 첸궈레이(50)와 2018년 2월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 피의자 한정민(32)의 얼굴과 이름이 공개된 바 있다.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손괴·은닉)로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그는 범행 후 이틀 후인 같은 달 27일 펜션을 빠져나와 이튿날 완도행 배편을 이용해 제주를 빠져나갔다. 조사 결과 고씨는 배 위에서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해상에 버리는 장면이 선박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경찰은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는 고씨의 진술에 따라 해경에 협조 요청을 하고 제주-완도 간 여객선 항로에 대한 수색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우발적 범행’이라는 고씨의 주장과 달리 이번 사건이 철저히 계획된 범행으로 보고 있다. 고씨는 범행 전 휴대전화 등에 ‘니코틴 치사량’ 등 사건을 암시하는 검색을 수차례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제주를 벗어난 고씨가 완도에 도착한 후 전남 영암과 무안을 지나 경기도 김포시에 잠시 머무른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은 “고씨가 이동 중에 시신을 최소 3곳의 다른 장소에 유기한 정황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지방법원은 고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고씨의 구속 만료일은 오는 11일이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범행동기와 구체적인 사건 전말을 면밀히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