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중국에 고율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한국이 중국 수출에 큰 타격을 받겠지만 미국이 수입국가를 다변화하면서 한국에 눈을 돌려 수출 활로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엔 산하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는 5일(현지시간) ‘무역전쟁: 미국 관세로부터 오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리스크와 기회’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대(對)중 고율 관세로 인한 잠재적 위험이 가장 큰 나라는 한국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전자제품·광학장비의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ESCAP는 설명했다. 한국은 전체 수출 중 미국 관세의 영향을 받는 품목의 비중이 1.2%로 조사국 중 가장 많았다. 일본은 0.5%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ESCAP는 한국이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새로운 수출 활로를 찾을 가능성도 가장 높은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 수입업체들이 중간재나 최종재 공급처로 중국을 대신해 한국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가 설정한 중간재 기회지수에서 한국은 0.102로 일본(0.086), 태국(0.065)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종재 부문에서도 베트남과 함께 가장 높은 지수(0.075)를 보였다.
ESCAP는 “자본이 풍부한 한국과 일본은 초기 단계(업스트림) 생산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풍부한 국가들은 후기 단계(다운스트림) 생산에서 더 큰 기회를 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