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극장가의 키워드는 단연 ‘음악’이다.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음악영화들이 몰려온다. 디즈니 실사 영화 ‘알라딘’이 대열의 선두에 선 가운데, 이달에만 세 편의 음악영화가 연이어 개봉한다. 영화 ‘라라랜드’와 ‘스타 이즈 본’, ‘보헤미안 랩소디’로 이어지는 최근 음악영화의 흥행 계보를 이을 명작이 탄생할지 기대를 모은다.
◆‘로켓맨’ 오스카상 가능성 벌써부터 ‘솔솔’
지난 5일 개봉한 ‘로켓맨’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 팝 가수 엘튼 존(72)에 대한 영화다.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에 천부적 재능을 보인 레지널드 케네스 드와이트(엘튼 존 본명)가 엘튼 존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중독자들의 모임에 참석한 존이 지난날을 돌아보며 어머니, 나아가 그 자신과 화해하고 알코올·약물·코카인 등 각종 중독을 극복해 내는 내용이다.
재기에 성공한 존은 자선 활동에 나서며 외연을 넓힌다. 1992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에이즈 재단을 만들어 에이즈 퇴치에 앞장서왔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1998년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해 그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했다.
◆음악영화 봇물 왜?… 음반사, 할리우드 ‘눈독’
6일 개봉한 영화 ‘닥치고 피아노’는 캐나다 출신 천재 음악가 칠리 곤잘레스(47)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오는 12일에는 영화 ‘틴 스피릿’이 개봉한다. 시골 소녀가 틴 스피릿이란 세계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가 되는 내용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역대 최연소 심사 위원으로 활약한 배우 엘르 패닝(21)이 주연을 맡았다. ‘라라랜드’의 음악감독과 프로듀서가 제작에 참여했다.
다음 달 11일에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1977)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가 관객들을 만난다. 올해 연말에는 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가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국내 개봉은 아직 미정인 해외 음악영화들이 수두룩하다. ‘스타 이즈 본’의 1954년 원작에 출연하는 등 뮤지컬 영화 발전에 기여한 주디 갈랜드(1922∼1969)의 말년을 그린 영화 ‘주디’, 영국의 전설적 록 밴드 비틀스를 소재로 한 ‘예스터데이’, 미국 록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70)의 음악을 다룬 ‘블라인디드 바이 더 라이트’가 대표적이다. 또 세계 3대 테너로 불린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에 대한 ‘파바로티’ 등 다큐멘터리 영화도 풍성하다.
음악영화가 봇물을 이루는 건 음반·음원 제작사와 유통사들이 할리우드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근 빌보드지는 “음악 산업이 새로운 수익원을 위해 할리우드로 눈을 돌리면서 사람들을 극장이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향하게 하는 음악영화들이 제작되고 있다”며 “이들 회사는 음원 스트리밍과 판매로 이득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니버설뮤직과 소니뮤직, 워너뮤직 등 세계적인 음반·음원 제작사와 유통사들이 음악영화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한편으로는 국내에 아직 이렇다 할 음악영화가 없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엣나인필름·찬란·영화사 진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