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직장 내 스트레스에… ‘노인성 질환’ 앓는 2030 [뉴스 투데이]

대상포진에 통풍·당뇨병까지 / 20·30대 남녀 환자 매년 늘어 / “가슴 답답·소화 안돼 병원행” / 전체 화병환자 주는데 20대만↑ / “규칙적 운동으로 면역력 증강” / 정부, 청년 무료건강검진 시행

“허리가 욱신거리고 송곳으로 쿡쿡 찌르는 느낌이었어요.”

 

직장인 이모(32)씨는 지난해 3월 대상포진을 앓았을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대상포진은 매우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수포(물집)가 띠 모양으로 나타나며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이씨는 새 회사로 옮긴 뒤 생활 패턴과 환경이 갑자기 바뀌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병이 생긴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 달 정도 치료를 받았는데, 무리하면 재발 위험이 높다고 해서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의 사례처럼 대상포진이나 통풍, 화병, 당뇨병 등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을 앓는 20·30대가 늘고 있다. 주로 중장년층 이상 연령대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이들 질환이 청년층에서도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상포진을 앓은 적이 있는 20∼39세 남·녀 환자 수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 각각 4만4165명과 7만7931명이던 20대와 30대 대상포진 환자는 지난해 4만6258명, 8만7392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30대 환자의 증가세가 가파랐다. 전 연령대 대상포진 환자가 매년 60∼70만명선임을 감안하면 그 비중이 아직 크다곤 할 수 없으나, 5명 중 1명 꼴이었다.

 

혈액 속에 요산이 과도하게 축적돼 발생하는 통풍을 앓은 20·30대 환자도 해마다 증가 추세다. 2014년 20∼29세 통풍 환자는 1만4388명, 30∼39세 환자는 4만8145명이던 것이 지난해 2만4393명, 7만4019명으로 크게 늘었다. 통풍의 경우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20대 당뇨병 환자 역시 같은 기간 1만9989명에서 2만8888명으로, 30대는 8만9415명에서 11만794명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20·30대 노인성 질환 환자가 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스트레스가 꼽힌다. 원장원 경희대병원 교수(가정의학)는 “의외로 노인성 질환을 앓는 젊은 환자를 많이 본다”며 “대상포진의 경우 보통 어릴 때 수두에 걸리면 신경 뿌리에 잠재해 있다가 나이가 들고 면역력이 약해지면 활성화하는데, 과도한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아직 젊은 나이에도 얼마든지 발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20대 사이에선 화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3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김모(28·여)씨는 최근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 안 돼 병원을 찾았다 화병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화가 난다기보다는 우울할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2017년 전체 화병 환자 수는 소폭 감소했으나 김씨 같은 20대 화병 환자 수는 배 이상 늘었다.

 

급격한 체중감량이나 비만, 운동부족, 과음, 흡연 등도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요인들이다. 대상포진 치료 전문 김찬병원의 김찬 원장은 “대상포진 등 노인성 질환을 예방하려면 면역력을 증강시킬 방법을 실천해야 한다”며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또 “대상포진의 경우 예방접종을 하면 50∼60% 예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이 많은 20·30대의 특성상 취업 과정 또는 직장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며 “사회적으로 이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그동안 국가건강검진 사각지대에 있던 20·30대 청년들도 무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건강검진 실시기준을 개정했다”고 말했다.

 

김주영·박유빈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