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들과 함께 집 안에 방치됐다가 사망한 생후 7개월 여자아이의 부모가 결국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이들은 애초 “반려견이 할퀸 다음 날 자고 일어나보니 아이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아파트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과 사건 보름 전 학대 의심 신고 접수 사실 등을 근거로 부부가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여청수사계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21)씨와 B(18)양을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A씨 부부는 지난달 25일쯤부터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생후 7개월된 딸아이를 방치해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부부의 딸은 지난 2일 오후 7시45분쯤 외할아버지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아이는 거실에 놓여 있는 종이 상자에 담겨 있었다고 한다. 아이의 외할아버지는 곧바로 112에 신고해 “딸 부부와 연락이 되지 않아 집에 찾아갔더니 손녀가 혼자 있었고,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부는 “지난달 30일 오후 딸을 재우고서 마트에 갔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아이의 양손과 양발에 반려견이 할퀸 자국이 있어 연고를 발라줬다”며 “이후 분유를 먹이고 아이를 다시 재웠는데 다음날(31일) 오전 11시쯤 일어나 보니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 부부는 태어난 지 8개월 된 시베리안 허스키와 5년 된 몰티즈를 집에서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아이를 사흘째 집에 방치한 이유에 대해 A씨는 “사망한 아이를 보고 무섭고 돈도 없어서 아내를 친구 집에 보내고 나도 다른 친구 집에 가 있었다”며 “시베리안 허스키의 발톱이 길어서 평소 나도 다친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이 이들 부부의 아파트 주변 CCTV를 확인한 결과 거짓 진술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수사 과정에서 사건 보름 전 A씨 부부에 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된 사실도 확인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지난달 17일 오전 8시22분 “아이가 집 밖에서 유모차에 탄 채 혼자 울고 있다”며 “현관문을 두드렸는데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고 112에 신고했다. 당시 A씨는 경찰에 “잠시 외출하면서 친구에게 아이를 맡겼는데 친구가 급하게 나갈 일이 있어 아이를 밖에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출동한 경찰관은 A씨 부부를 계도 조치하고 철수했다.
경찰은 아이의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A씨 부부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 등 디지털 증거를 분석했다. 그러나 국과수 부검 결과에서는 ‘사인 미상’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국과수는 경찰에 “숨진 아이의 발육 상태는 정상이고 신체 외부에 긁힌 상처가 사망의 원인은 아니다”면서 “사망에 이를 정도의 외력에 의한 골절이나 함몰 등도 없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더 자세한 부검 결과는 밝힐 수 없다”며 “정확한 사인은 최종 부검 결과를 받아보고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