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 담당 경찰 간부, 檢수사단 결과에 불만 표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검찰이 증거불충분으로 성폭행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 것을 두고, 당시 ‘김학의 동영상’ 수사팀장을 맡았던 현직 경찰 간부가 짙은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경찰이 ‘허위보고 집단’이라는 화살을 맞아야 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경찰, 김학의 영상 의혹 수차례 청와대 보고”

 

2013년 김학의 동영상 수사팀장을 맡았던 강일구 총경은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하 수사단) 덕분에 김 전 차관의 구속기소라는 성과가 있었다면서도 “경찰 입장에서는 조금 답답하고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김 전 차관 동영상 관련 의혹을 이미 청와대에 수차례 보고했는데도, 검찰이 ‘동영상을 확보한 사실이 없고 내사·수사 단계가 아니다’라며 경찰의 청와대 허위보고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다. 증거불충분 사유는 검찰이 청와대의 외압 의혹을 인정하지 않은 핵심 근거로도 작용했다.

강 총경은 2013년 3월 초에 동영상 실체를 파악했으며, 같은달 18일 건설업자 윤중천(58)씨의 내연녀 권모씨로터 ‘물리적인’ 영상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 실무자는 상부 보고가 있을 때마다 김 차관 동영상 관련 정보 수집 활동과 영상 실체가 있다는 점 등을 알렸다”고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는 김 전 차관이 차관으로 내정된 3월13일 전까지 영상과 관련해 보고받은 게 하나도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총경은 활동 내역과 동영상 실체를 꾸준히 보고했는데 ‘보고가 안 됐다’는 누명을 경찰이 뒤집어쓰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허위보고나 하는 집단으로 매도된 데 거듭 실망감을 표시했다. 그는 “수사단이 (그런 면에서) 명쾌하고 균형 있는 결론을 내줬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김용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이 29일 오후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과 과거 검·경 수사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檢 “김학의 특수강간 증거 없다”

 

한편,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제공한 윤씨에 대해서는 강간 치상과 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 4일 각각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폭행·협박 동반과 고의를 입증할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며 기소 사유에서 제외했다. 수사단은 “피해여성은 김 전 차관이 직접 폭행·협박한 사실은 없고 윤씨가 평소 김 전 차관을 잘 모셔야 한다고 강요하면서 말을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자신의 처지를 김 전 차관에게 알리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며 “2007년 11월13일자 성관계 등 사진은 김 전 차관의 폭행·협박 사실에 대한 직접증거가 될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