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A 지역아동센터에는 그 흔한 간판 하나 달려있지 않다. 지역아동센터라는 점이 노출될 경우 이곳을 드나드는 아이들이 남들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받게 될 위험 때문이다. 지역아동센터가 법제화되기 전부터 센터를 운영해온 B씨는 “센터에 간판이 있으면 아이들이 들어올 때 이를 민감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는 형편이 어려운 아동만 다닌다는 인식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 시선을 의식한다는 것이다. B씨는 “얼마 전 은평구에 있는 한 센터는 간판을 달았다가 주민들로부터 이상한 시설이라는 소문이 돌아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며 “어쩌다 지역아동센터가 이 지경까지 갔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B씨는 자신이 돌보던 아동이 사회적으로 차별당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2년 전 학교가 끝나고 센터로 돌아온 C양이 B씨에게 “앞으로 우리 학교 애들은 받지 말아 달라”며 화를 냈다. B씨가 이유를 묻자 C양은 “친구 엄마들이 지역아동센터는 부모가 없거나 한부모가정인 애들이 다니는 곳이라고 했다”며 “센터에 다니는 것이 소문나지 않길 바란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차별의 아픔을 느낀 C양은 얼마 가지 못해 센터를 떠났다. B씨는 “센터에 다닌다는 이유로 겪는 차별에 아이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이 겪는 아픔이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지역아동센터가 오히려 아동에게 차별의 굴레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든 아동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설립 취지와는 달리 특정 계층의 아동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바뀌면서 센터 이용 아동들에게 사회적 낙인이 찍혔다는 것이다.
지역아동센터 관련 5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지역아동센터 바로세우기 운동연대(이하 운동연대)는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9년 보건복지부가 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아동의 기준을 한정한 ‘지역아동센터 사업안내(지침)’로 인해 아이들이 사회적 차별을 겪게 됐다”며 “이 지침은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기 위한 헌법소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운동연대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가 법제화된 2004년 당시에는 돌봄이 필요한 아동은 누구나 센터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9년 정부가 지침을 변경해 지원 대상을 소득 수준과 가정유형 등으로 구분하면서 일정 요건을 갖춘 아이들 위주로 센터를 이용하게 됐다. 운동연대 측은 이 과정에서 지역아동센터가 ‘어려운 형편의 아동만 다니는 곳’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혔다는 입장이다.
운동연대는 정부가 지침을 변경한 데는 결국 아동복지 예산을 줄이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를 이끈 신상은 마을과아이들 이사장은 “2009년 당시 정부가 지침을 변경한 것은 특별한 복지 철학을 갖고 진행한 일이 아니었다”며 “단지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와 아동에게 들어가는 예산을 삭감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 이사장은 “정부 지침 변경 때문에 지역사회 내 사회 계층적으로 아동들을 분리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침이 변경되기 전까지 지역아동센터의 이용 아동 증가율은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5% 미만으로 떨어졌고, 2014년과 2016년에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운동연대는 지난 4월부터 시행된 ‘다함께 돌봄센터’가 센터 이용 아동에 대한 차별을 더욱 공고화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다함께 돌봄센터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시설이다. 운동연대는 성명을 통해 “지역아동센터와 거의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득 수준과는 무관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함께 돌봄센터로 인해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들은 공개적으로, 제도적으로 더욱더 낙인과 차별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운동연대가 제기한 차별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역아동센터 발전방안 협의체를 통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순차적으로 센터 정원 중 일반 아동의 비율을 늘리면서 증가속도와 정원대비 효능을 모니터링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단시간 내에 지침을 폐기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용 아동 기준을 폐지하기 전) 취약계층 배제 방지책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며 “모니터링을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가 완벽한 것으로 나타나면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이용 아동 기준을) 풀면 된다”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