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젊은 노인’이 늘고 있다. 하지만 번듯한 일자리를 찾은 이들은 뉴스의 주인공이 될 만큼 드문 게 현실이다. 일자리 숫자는 늘지만 질 좋은 일자리는 그대로여서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노인 일자리 사업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민간은 경기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등에 묶여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9일 통계청의 최근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분석해 보면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 숫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된 통계인 4월의 65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9만7000명 늘었다. 전체 취업자 수 증가(17만1000명)의 견인차가 노인 취업자였던 셈이다.
설령 임금근로자라고 해도 대부분은 직위나 직책이 없거나 평사원이다. 사업장 규모로 보면 임금근로자의 76.4%가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근무한다. 고용 안정성의 척도인 1년 미만 단기 근속자 비중도 30.1%에 달했다. 60세 이상 임금근로자의 세전 월평균 임금은 159만1000원으로 은퇴 직전인 56∼59세(279만8000)에 크게 못미친다. 전체 고령자 4명 중 1명(25.2%)은 시간제 일자리다.
정년퇴직 패턴도 ‘완전은퇴’, ‘점진은퇴’, ‘메뚜기형 은퇴’ 중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메뚜기형이 다수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은 고용절벽을 막으려는 고육책인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59만명에게 노인 일자리를 제공했지만 대부분 1주당 근로시간이 17시간 이하인 초단기 근로자에 불과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김문정 선임연구원은 “노인 일자리 사업을 살펴보면 민간이 차지하는 부분은 전체의 20%도 안 된다. 그러다 보니 노인 일자리가 다양하지 않고 ‘60+’세대의 고용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늘리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금재호 교수(노동경제학)는 “고령자는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서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고 동시에 그 사람들이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인상폭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남혜정 기자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