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 남편 살해, 시신 훼손·유기’ 고유정 상대 약·독물 검사 다시 진행…범행 수법 풀리나?’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가운데)이 제주 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 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제주에서 일어난 전 남편 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해자의 혈흔에 대한 약·독물 검사를 다시 진행함에 따라 피의자 고유정(36)의 범행 수법을 둘러싼 의문이 풀릴지 주목된다.

 

제주 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한 고씨의 압수품에서 채취한 혈흔에 대한 약독물 검사를 다시 진행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피해자 혈흔에 대한 약독물 검사를 의뢰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전달받았다.

 

이에 키 160㎝, 몸무게 50㎏가량인 고씨가 체력과 체격에서 차이가 나는 180㎝, 80㎏인 강씨를 어떻게 혼자서 살해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됐었다.

 

경찰은 이번 재검사를 통해 약독물 사용 여부를 살펴 고씨가 살해 당시 어떤 수법을 이용했는지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을 발견하지 못해 피의자 압수물에 묻은 적은 양의 혈흔으로 검사를 하다 보니 한 번 더 확인 차원에서 재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앞서 범행 장소로 이용된 제주시 조천읍의 펜션 내 남아있는 흩어진 형태의 혈흔을 분석한 결과 고씨가 강씨를 여러 차례 흉기로 찌른 정황을 찾았다.

 

경찰 앞서 국과수와 경찰 내 혈흔형태 분석 전문가 6명을 투입한 바 있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으로 한두 차례 흉기를 휘둘렀는데, 남편이 죽어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그동안 확인한 고씨 행적을 보면 그는 지난달 18일 배편으로 본인의 차를 갖고 제주에 들어왔으며 22일 제주 시내의 한 마트에서 흉기와 청소도구를 샀다.

 

이어 지난달 25일 강씨를 만나 아들과 함께 펜션에 입실한 뒤 곧바로 범행을 저질렀다.

 

고씨는 다음날 시신을 훼손·분리한 뒤 하루 지나 종이 및 스티로폼 상자 등에 담아 퇴실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8일 제주시의 한 마트에서 종량제 봉투 30장과 여행용 가방, 비닐장갑 등을 사고, 시신 일부를 이 봉투에 넣은 뒤 같은날 오후 8시30분 출항하는 전남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갔다.

 

경찰은 여객선 폐쇄회로(CC)TV로 고씨가 피해자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지를 7분간 바다에 버리는 모습을 포착했다.

 

다만 구체적인 개수 등은 CCTV 영상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완도항에 내린 뒤 곧바로 경기도 김포시 소재 아버지의 아파트로 향했으며, 이튿날 새벽 도착했다.

 

고씨는 이틀간 김포에서 시신을 또다시 훼손하고 유기한 뒤 31일 주거지인 충북 청주시로 이동했다.

 

경찰은 고씨 자택 인근에서 범행에 사용한 흉기 등을 발견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 5일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과 뼛조각을 확보하고, 감식을 의뢰했다.

 

모발 감식 결과는 1주일, 뼈 골수 유전자 검사는 3주가량 각각 걸릴 예정이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