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측, ‘장자연 리스트’ 관련 명예훼손 혐의로 윤지오 고발

‘고 장자연 사건’의 증인으로 알려지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배우 윤지오씨 대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측이 허위사실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함에 따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7일 강연재 변호사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윤씨가 홍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의 구체적 근거를 물었다. 강 변호사는 홍 전 대표의 법무특보를 지내는 등 대표적인 ‘홍준표 사람’으로 꼽힌다. 

 

강 변호사는 윤씨가 출국한 이튿날인 지난 4월26일 윤씨와 정의연대·무궁화클럽 등 시민단체 측을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강 변호사는 “윤씨가 ‘장자연 리스트에 홍준표가 있었다. 내가 봤다. 검찰에 얘기했지만 홍준표의 성추행 사실은 밝혀지지 않고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는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씨는 지난 3월초 언론 인터뷰에서 ‘장자연 리스트에 특이한 이름의 국회의원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3월12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인터뷰를 통해 아신 내용 (특이한 이름의 정치인)에 대해 새롭게 증언했다”고도 했다. 다만 윤씨가 해당 정치인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아 그가 누구인지를 놓고 대중의 관심이 증폭됐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홍 전 대표의 이름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강 변호사가 경찰에 제출한 기자회견 당시 기자들의 메모에 따르면 해당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윤지오의 증언에 의해 홍준표가 리스트에 있었음이 드러났다”, “윤지오를 만났는데 언론에 알려진 특이한 이름이 누구냐. 홍준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지난달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 “실물을 확인할 수 없고 장자연 문건을 직접 본 사람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림에 따라 윤씨의 증언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서 활동했던 박준영 변호사도 지난달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체적이고 분명한 진술 없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특이한 이름의 국회의원을 봤다. 안경을 안 썼었다.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윤씨의 조사단 진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고 장자연씨가 출연한 ‘꽃보다 남자’의 남자 주인공 이름이 구준표인데, 이 때문에 윤 씨가 홍준표 전 의원을 지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팀이 홍 전 의원의 10년 전 사진과 지금 사진을 보여주자 윤씨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사단의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도 지난달 2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조사 해보니 윤씨가 착오를 일으킨 것으로 조사단은 판단했고, 윤씨도 인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부가 윤씨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호텔 숙박비 등을 대신 부담한 게 적절했는지도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박민식 변호사는 이날 윤씨를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민갑룡 경찰청장도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부적절하게 운용한 혐의로 함께 고발당했다.

 

윤씨는 이 밖에도 후원금 모금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당한 상태다. 그는 지난 4월24일 출국해 캐나다에 머무르고 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