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사태 재판이 지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직 법관들이 재판 진행을 늦추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은 재판 기일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임 전 차장의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이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에 기피신청을 냈다. 형사소송법 18조는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기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임 전 차장의 기피신청을 형사33부에 배당했다. 이달 10일과 11일 예정된 임 전 차장 재판은 연기됐다. 10, 11일에는 각각 5명과 2명의 증인이 출석해 신문이 이뤄질 계획이었다.
‘사법농단 의혹’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재판에서도 박 전 대법관 측이 증거능력 검증을 놓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검증절차가 한 차례 연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12일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의 4회 공판기일에서 박 전 대법관 측은 증거능력에 대해 검증하기로 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이동식저장장치) 파일 출력물이 문제가 있다며 검찰 측에 추가 확인을 요청했다.
앞서 검찰과 박 전 대법관 측은 임 전 차장의 USB 파일 출력물 중 피고인이 가장 다투고 싶은 부분만 검증하기로 했다. 그러나 박 전 대법관 측에서 입장을 바꿨고, 결국 재판부는 이날 검증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후 검증 절차와 관련해서도 기존 합의와 달리 개별 증거를 모두 증명하는 방법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법원행정처에 사건 기록을 유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도 재판이 지연됐었다. 유 전 연구관 측은 지난 4월 검찰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한 형소법 312조와 피의자 출석요구권에 제한을 두지 않은 동법 200조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법원에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구할 수 있도록 제청해줄 것을 요청했다. 법원은 지난 5일 해당 신청을 기각했지만 이때까지 재판은 이뤄지지 못 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