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표현의 자유' 주장했지만… 누명 쓴 원스픽쳐에 2000만원 공동배상

 

가수 겸 배우 수지(본명 배수지·사진)가 ‘스튜디오 성추행 사건’ 관련 스튜디오로 잘못 알려진 원스픽쳐 스튜디오(이하 원스픽쳐)에 2000만원 일부를 배상하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2단독 반효림 판사는 13일 오후 원스픽쳐 측이 수지와 청와대 청원글 게시자 2인, 게시글을 즉각 삭제하지 않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수지와 청원글 게시자 2인이 함께 200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를 상대로 한 청구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또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배수지 등 2명(청원글 게시자) 사이에 생긴 소송비용 중 5분의 4는 원고가, 나머지는 위 피고들이 부담한다”고 덧붙였다.

 

이 소송은 지난해 5월 유튜버 양예원(사진)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등에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린 것으로 시작됐다.

 

양씨는 2015년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서울 합정역 인근 한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다 20여명의 남성으로부터 강제로 성추행·성희롱을 당했고, 억지로 찍은 누드 사진이 한 포르노 사이트에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후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합정 원스픽쳐 불법 누드 촬영’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글이 올라왔다.

수지(본명 배수지)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의 일부. 수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수지는 양씨 사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자신도 청원에 동의했다는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누리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러나 원스픽쳐 측은 “양씨가 폭로한 사건은 2015년 7월 발생했던 것이나, 원스픽쳐 스튜디오의 오픈은 2016년 1월”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과정이 의도적이진 않으나 피해 확산의 한 축을 담당했다”며 수지와 청와대 청원글 게시자 2인, 게시글을 즉각 삭제하지 않은 정부를 상대로 1억원의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수지는 “이번 사건과 무관한 분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해당 스튜디오 분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수지 측은 “연예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며 금전적 배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재판부는 원스픽쳐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을 지켜본 원스픽처 스튜디오 대표 이모씨는 “금전적으로 많고 적음을 떠나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고 얘기했으면 한다”면서 “우리 스튜디오는 이미 나쁜 스튜디오로 낙인이 찍혔다. 그런 부분에 대한 선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지 측과 이씨 측 등이 판결에 불복할 경우 오는 27일까지 항소장을 제출, 재심리 받을 수 있다.

 

소봄이 온라인 뉴스 기자 sb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