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무혐의’ 곽상도의 반격…정권 실세 ‘줄고소’

"문 대통령·법무부 장관·민정수석 직권남용 혐의 수사해달라" 대검에 고소장 제출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 내사를 방해한 혐의를 벗은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등 현 정부 실세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문 대통령이 현직 국가원수 신분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이 지난 정부 인사들에게 줄줄이 직권남용 혐의를 걸어 형사 처벌한 점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이 같은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문재인 대통령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곽상도, 대통령·민정수석·법무장관 등 줄줄이 고소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곽 의원은 전날 문 대통령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 및 이광철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해달라며 대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해당 고소장을 검토한 뒤 관할지 등을 고려해 일선 검찰청에 사건을 내려보낼 방침이다.

 

곽 의원은 현 정부가 직권을 남용해 김 전 차관 관련 사건 수사를 맡은 검찰 특별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으로 하여금 자신을 표적 수사하도록 했다는 입장이다. 곽 의원은 고소장에서 “청와대발 기획 사정을 거쳐 김 전 차관 사건 수사 외압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위법한 수사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에 근거해 설치되지 않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사실 조작으로 헌법이 보장한 적법절차가 보장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과거사위는 지난 3월 김 전 차관을 건설업자 윤중천씨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를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권고했다. 이때 곽 의원과 이중희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직권남용 혐의도 함께 수사해달라고 했다. 곽 의원 등이 김 전 차관을 내사하던 경찰 수사지휘라인을 질책하고 부당하게 인사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수사를 방해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과거사위는 곽 의원 등이 이른바 ‘별장 동영상’을 감정하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청와대 행정관을 보내 해당 동영상을 보여달라고 요청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기획 사정···과거사위도 고소할 것”

 

곽 의원이 문 대통령 등 현 정부 인사들을 고소한 이유는 문 대통령이 이 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박 장관 등에게 주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통령의 하명으로 시작된 수사였던 셈이다.

 

특히 곽 의원은 고소장에서 “지난 3월14일 이 선임행정관은 ‘민갑룡 경찰청장이 국회에서 발언을) 세게 했다’고 보내온 윤모 총경의 문자메시지에 ‘더 세게 해야 했다’고 답했다”며 “이는 청와대의 기획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민 청장은 김 전 차관 사건이 불거졌던 2013년 초 경찰이 외압을 받아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때문에 곽 의원은 자신에 대한 수사가 청와대의 기획 사정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곽 의원을 한동안 ‘피수사권고대상자’라는 애매한 신분으로 분류하다가 지난 4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하지만 수사 결과 혐의 입증이 어렵다고 보고 이 전 비서관과 함께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했다. 법조계에서는 곽 의원의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때 성립한다. 이를 두고 곽 의원은 “민정수석이 경찰 인사에 관여할 권한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국과수에 행정관을 보낸 것에 대해 “김 전 차관에 대한 인사검증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 선상에서 벗어난 곽 의원은 현 정부 인사들에 이어 자신을 수사해달라고 권고한 과거사위 관계자들도 조만간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