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은 못하면서 유관부처만 7개.… 동물보호 '컨트롤 타워' 필요한 이유

동물학대 여지 큰 무허가 개농장 정확한 숫자 파악조차 안돼
# 동물보호단체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경기도 여주의 한 식용 개농장(등록업체)을 방문한 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염된 분뇨가 고약처럼 굳어 썩은 냄새가 펄펄 진동하는 좁은 케이지 속에 초점을 잃은 개들이 뒤엉킨 채 숨쉬기조차 힘겨운 듯 낑낑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관부처인 환경부에 등록된 업체이기는 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법’에 근거할 때 ‘동물학대’로 처벌될 소지가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환경부에 전화를 건 A씨는 막상 ‘환경부’ 자체에서는 이를 처벌할 근거 조항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 해당 지자체에 민원을 직접 접수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듣다 맥이 빠졌다. 환경부는 각 지자체에서 허가를 내준 업체들에 대한 단순 통계를 수합하는 기능만 할 뿐 직접적 행정처분까지 할 권리는 없다는 주장이었다.

 

최근 이처럼 동물보호와 관련한 담당 기관이 여러 개로 쪼개져 있다 보니 동물복지법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기 십상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이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흩어져 있는 동물보호 유관 부처들의 기능을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 추세다.

 

현재는 농식품부 소관 자문기구인 동물복지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심의·의결기구로 격상시켜 여러 부처의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게 하자는 게 실효성 있는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동물보호·복지 유관부처가 농식품부, 식약처, 환경부, 해수부, 경찰청, 소방청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태에서는 각종 무허가 불법업체 등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조차 어려워 일관된 동물복지정책 수립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에서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고용진 의원은 동물복지위원회의 지위를 국무총리 산하로 격상하고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총리 산하로 지위를 격상시켜 위원회의 사무를 전담할 사무국을 설치하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자문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범 부처를 아우르는 국가 동물복지정책을 전담할 강력한 전담기구를 두겠다는 게 목적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현재 5년마다 농림부가 수립하고 있는 종합계획은 3년으로 주기가 단축되면서 정부 부처를 아우르는 국가동물복지기본계획으로 확대되고, 관련 부처와 지자체별 시행계획을 종합한 종합시행계획을 매년 수립․시행해야 한다. 단순한 자문기구에서 부처별 동물복지에 관한 의견이 수렴․조정되고, 중요 정책에 관하여 심의․의결할 수 있는 기구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동물복지위원회 지위 격상은 그간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을 비롯한 대표 동물권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주장이기도 하다. 이들은 다양한 정책을 아우르며 유기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정책 집행기구로서 동불복지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해 줄 것을 꾸준히 요구해 온 바 있다.

 

현재는 농식품부가 동물보호와 관련한 정책을 끈기 있게 실천해 나가려고 해도 소관부처가 쪼개져 있어 기본적인 실태조사 조차 어렵다. 예컨대 개별 지자체가 식용 개 농장에 대한 허가를 내어주고 있기 때문에 중앙부처인 환경부는 무분별한 동물 학대가 자행될 수 있는 무허가 개 농장이 몇 개인지,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동물단체들의 대략적인 추산에 따르면 정부의 가축분뇨법상 신고대상 개 농장 시설은 총 2883개소로, 미신고 개 농장은 이중 최소 5%인 144개소로 추정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어림짐작에 불구하다.

 

세부적으로 야생동물 중 육상동물은 환경부, 해상 동물은 해수부가 각각 담당한다. 또 실험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윤리기준 등은 농식품부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용도에 따라 어떤 동물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식약처가 규정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동물원 등 전시동물 현황은 별도로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구조와 관련해서는 소방청도 주관부처 중 하나지만 사실상 해당 지자체에서 전담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장 최근인 2017년 말 기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된 건수는 총 500건이 훌쩍 넘지만 불기소 된 건이 284건으로 이중 절반을 넘어선다. 나머지 201건도 가벼운 벌금형으로 그치는 게 대다수다.

 

동물복지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국회입법조사처의 정책 권고사항이고, 여러 동물보호단체에서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바 있다.

 

고용진 의원은 이날 “우리 국민 세 가구 중 한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면서 동물보호 및 복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총리 소속으로 동물복지위원회를 격상시켜 국가가 동물복지정책의 비전을 수립하고 책임지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