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사진 오른쪽)가 18일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왼쪽)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해 “어떤 악연도 없다”고 밝혔다. 그와 윤 후보자의 관계를 집중 조명한 연이은 보도에 선을 그은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경제대전환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윤 후보자와 법무부 장관 시절 악연이 있다’는 복수의 언론 보도에 대해 “저는 누구와도 악연이 없다”라며 “그냥 법대로 원칙대로 집행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들은 취재진이 "법무부 장관 시절 ‘국정원의 댓글 수사’와 관련해 어떤 지시나 압력이 없었다는 입장이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황 대표는 “압력은 없었다”라고 거듭 강조한 뒤 “장관은 수사보고를 받아 그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 합법적 이야기를 한 것 외에는 부당한 압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향후 윤 후보자의 청문회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모든 공직 후보자들에 대해서 엄정한 검증이 필요하다. 원칙대로 진행되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자이자 43대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황 대표는 당일 오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지켜져야 한다”라며 “제도와 인사가 중요한데, 그런 원칙이 좀 지켜질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우회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윤 지검장(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 황 대표가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재임했던 2013년 6월 이른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으로 사건을 맡았던 것에 주목하며 두 사람간 악연을 집중 조명했다.
당시 윤 후보자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황 대표가 수사 지휘권을 행사하며 상부 월권행위가 있었다고 폭로한 것을 재조명한 것이다. 당시 윤 후보자는 국정원의 대선, 총선 개입 행위가 명백한 사실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황 장관을 저격했다. 그는 그해 10월 국회 법사위원회의 서울고검 국정감사에 참여해 수사 간섭과 외압이 심했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발언이 논란을 빚자 황 대표는 취재진에게 보낸 이메일 등을 통해 “검찰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라며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윤 후보자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법무부는 윤 후보자에게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에 상부 결재 없이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는 이유를 들며 1개월 징계처분을 내렸으며 수사팀에서 배제했다.
이에 윤 후보자는 이듬해인 2014년 1월 대구고검으로 발령이 났는데,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좌천성 인사’라고 분석했다. 윤 후보자는 2년 뒤인 2016년 1월 황 대표가 장관 및 국무총리로 있던 시절 대전고검으로 발령이 났다. 이 또한 요직과는 거리가 멀어 ‘좌천성’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랐다.
두 사람의 악연은 국정농단 수사 때 되풀이됐다. 같은 해 말 윤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합류했기 때문이다. 윤 후보자는 당시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등을 구속하는 성과를 냈다. 당시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특검 연장을 요청했으나 황 대표(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가 이와 관련한 모든 요청을 거부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뇌물수수 등 혐의로 탄핵당했으며 이후 구속됐다. 윤 후보자는 두 달 뒤인 그 해 5월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 차장검사급이던 윤 후보자를 당시 고등검사장급이던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임명하며 화제를 모았다.
17일 한국일보에 의하면 윤 후보자는 지난 2년간 전국 특별수사의 중추인 서울중앙지검을 맡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횡령·배임 사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부 사법 농단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사건 등에서 성과를 냈다.
한편 윤 후보자에 대한 정부의 인사 발령안은 18일 오전 10시 종로구 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다. 인사발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로 보내게 된다.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안에 인사청문회 절차를 마쳐야 한다. 설명이 되는 사유가 있어 기간을 맞추지 못하면 추가로 10일을 연장할 수 있다. 취임 예정일은 현 문 총장이 임기를 마치는 다음 달 24일 다음 날인 25일이다.
국회는 오는 20일 제1야당인 한국당을 제외하고 개회될 예정이다. 한국당의 국회 등원 거부가 계속되면, 검찰총장 인사청문을 담당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의사일정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게 일각의 분석이다.
정부와 여당은 검찰총장 임명이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지만, 반드시 국회 동의가 필요한 건 아니라 한국당이 협조하지 않아도 윤 후보자의 총장 임명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