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험생의 스테디셀러 ‘수학의 정석’을 집필한 홍성대(사진)씨가 설립한 학교인 상산고등학교가 16년 만에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될 상황에 처한 가운데, 홍씨는 “자사고 제도 자체를 없애라”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전라북도교육청은 상산고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20일 오전 11시에 발표한다고 전했다.
전북도 교육청은 이와 함께 “상산고는 자사고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평가 결과, 전라북도교육청 기준 점수인 80점에 0.39점 미달하는 79.61점”이라고 밝혔다.
상산고가 2003년 자사고로 지정된 뒤 16년 만에 일반고로 전환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상산고 국중학 교감은 “(20일) 전북도 교육청에 언론이 보도한 점수가 맞는지 확인했다”며 “비공식적으로 점수를 통보받았지만 도 교육청 발표 전이라 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도교육청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상산고 총동창회 등은 평가 점수가 공식적으로 통보되면 청문 절차를 거쳐 구제 방안을 변호사 등과 함께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산고 설립자이자 현 이사장인 홍씨는 이 사태에 대한 입장을 담담하게 밝혔다.
한국일보는 지난 19일 전화로 진행한 홍씨와의 인터뷰를 다음 날 공개했다.
홍씨는 “처량하고 괴롭지만 사법부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학교 하나 하면서 재판이나 하고 모양새가 좋지 않지만, 학교 지키려면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작금의 사태에 관해 “담담하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전북도가 발표한 점수가 확정되더라도 상산고가 최종적으로 자사고 지정을 취소받기까지는 교육청 청문회, 교육부 장관의 동의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이에 관해 홍씨는 “큰 희망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씨는 “자사고는 과목별 시수까지 규정되는 일반 학교와 달리 초·중등교육법에 학교와 교육과정의 운영을 자율적으로 하도록 명시돼 있다. 사립학교가 설립자의 건학 이념에 따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위탁교육과 다를 게 없다”며 자율성 보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라고 하니까 그게 신나서 돈 내고 하는 거지, 자율성이 없다면 누가 사립학교를 운영하겠냐”고 덧붙였다.
홍씨는 “자사고가 한국 교육의 폐해라면 차라리 법을 개정해 자사고 제도 자체를 없애라”며 “자사고 제도가 엄연히 법에 존재하는데, 없애겠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평가를 하는 건 정부를 철석같이 믿고 투자해 온 학교를 골탕 먹이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준 온라인 뉴스 기자 james1090@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