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 재지정 탈락… 文정부 ‘자사고 폐지’ 신호탄?

[이슈톡톡] 0.39점 차로 취소 위기 놓인 상산고
전북도교육청이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평가 탈락 결정을 내린 20일 오전 상산고 정문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대표적인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로 꼽히는 전북 전주 상산고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했다. 교육부가 평가 결과를 받아들인다면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는 첫 사례가 된다. 상산고 측과 학부모 등은 강력히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도 논란이 거세다. 문재인정부 교육공약 중 하나인 ‘자사고 폐지’가 본격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산고 학부모들이 20일 오전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높아진 ‘기준점수’… 교육청, 취소 절차 돌입

 

전북도교육청은 20일 상산고 운영성과를 평가한 결과 79.61점으로 재지정 기준점수인 80점에 미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상산고는 향후 청문과 교육부 장관 동의 절차 등을 거쳐 도교육청이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하면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도교육청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의거해 곧바로 지정 취소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앞서 도교육청은 전날 전북도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를 열어 상산고에 대해 심의한 결과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원안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교육청은 올해 1월 자체 자사고 평가단을 꾸려 각종 평가와 설문조사 등을 진행했다. 상산고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과 입학전형 운영의 적정성 등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산고는 수험생 필독서로 여겨지는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 박사가 1981년 설립한 학교다. 건학 이념은 ‘지성·덕성·야성이 조화된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 양성’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초기부터 높은 수도권 대학 진학률을 보이며 대표적 자사고로 자리잡았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2년 5월 자립형사립학교 시범학교로 지정됐으며, 2010년 7월 자사고로 전환됐다.

20일 전북도교육청 앞에 상산고 학부모들이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에 항의하는 의미로 세운 조화가 있다. 전주= 연합뉴스

◆“전북교육 죽었다” 학부모·학교 강하게 반발

 

도교육청의 평가 결과가 발표되자 상산고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중학 상산고 교감은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평가 결과가 형평성, 공정성, 적법성에 크게 어긋남에 따라 그 부당성을 바로 잡기 위해 투쟁을 강력하게 펼치겠다”며 “자사고 평가의 본래 목적은 무시한 채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기 위해 편법을 동원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상산고 이사장을 맡고 있는 홍 박사는 전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지정이 취소되면) 최후 수단인 법적 구제를 강구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처량하고 괴롭지만 사법부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자율적으로 운영하라니까 하는 거지, 그게 아니면 누가 사립학교를 운영하겠나”라며 “자사고가 폐해라면 차라리 법을 개정해 제도 자체를 없애라”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검은 상복을 입은 상산고 학부모 100여명은 이날 오전 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김승환 도교육감은 퇴진하라”, “불공정한 자사고 심사 원천무효”, “상산고를 살려내라” 등 구호를 외쳤다. 한 학부모는 “타 시·도에서는 70점만 맞아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는데 전북은 79점을 넘어도 자사고를 폐지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2015년 자사고 평가 당시 비교 평가한 일반고 2개교도 무난히 70점을 통과한 점 등을 감안, 교육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번에 기준점을 80점으로 상향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전북교육은 죽었다’는 의미로 교육청을 향해 절을 하고 근조 조화를 세우기도 했다. 상산고는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수단을 강구할 방침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