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화 흥행의 역사를 다시 쓴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스크린 상한제’ 도입 논의를 재점화한 가운데, 높은 상영점유율이 흥행에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미미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화정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상영점유율의 상관관계’란 이슈 페이퍼에서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비롯한 마블 스튜디오 영화 22편, 역대 박스 오피스 1위인 ‘명량’,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누적 관객 수가 비슷한 ‘베테랑’ 등의 상영점유율과 좌석판매율, 관객 수를 비교·분석해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누적 관객 수는 지난 19일 기준 1389만여명. 개봉 6일차인 지난 4월29일 80.9%란 역대 최고의 상영점유율을 기록했다. 모든 극장의 상영 횟수를 100회로 치면 80회 정도 상영했다는 의미다. 이는 특정 영화에 배정되는 스크린 수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됐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역대 최고 상영점유율 기록을 세운 날, 좌석판매율은 23.5%에 그쳤다. 높은 상영점유율이 곧바로 관객 동원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역대 최고 상영점유율 상위 30위권 영화들도 상영점유율 최고치를 기록한 날 좌석판매율은 평균 46.3% 수준이었다.
‘명량’과 비교해 봐도 ‘상영점유율이 높으면 흥행으로 이어진다’는 가설은 성립하지 않는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개봉 11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해 ‘명량’의 역대 최단 기간 돌파 기록을 하루 앞당겼는데, 이 기간 평균 상영점유율과 좌석판매율은 각각 74.3%, 45.8%였다. ‘명량’은 개봉하고 나서 12일간 평균 상영점유율과 좌석판매율이 각각 47.0%, 67.2%였다. 개봉 11일째 관객 수도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명량’보다 30만명 정도 많을 뿐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뒤를 이어 박스 오피스 6위인 ‘베테랑’의 상영점유율 최고치는 단 34.3%. 이 영화는 개봉 3주차까지 30% 안팎의 상영점유율을 유지하고도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비슷한 수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곽서연 영진위 영화정책연구원 연구원은 “마블 영화의 높은 상영점유율로 인한 관객 동원 효과는 개봉 첫 주 정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명량’이 40%대 상영점유율로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비슷한 관객 수를 기록한 것을 보면 일일 관객 수가 한정된 시장에서 80%대까지 치솟은 상영점유율의 효과는 크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영점유율이 높으면 흥행 속도를 앞당기며 N차(다회차) 관람 열풍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그에 비례해 반드시 높은 최종 관객 수를 기록하는 건 아니다”며 “(‘베테랑’처럼) 영화 콘텐츠가 매력적이면 상영 회차를 과도하게 배정하지 않아도 관객들이 장기간 찾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콘텐츠 매력이란 건 객관적 지표로 정의할 수 없어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시간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 관객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