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에서 ‘붉은 수돗물’ 공급이 잇따라 문제가 된 데 이어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의 한 빌라 단지에서도 적갈색 수돗물이 공급됐다는 민원이 제기돼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21일 시에 따르면 송정동 A빌라 단지(전체 400여가구) 16가구에서 최근 한 달 새 적갈색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연달아서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주민은 “수돗물에 흰 천을 대고 10분 정도 있으면 천색이 변한다. 필터도 하루 만에 색깔이 변한다”며 “관계기관에서 나와 수질검사를 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며 써도 된다고 했지만 걱정 된다”고 우려를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시 관계자는 “주민 상당수는 정수기 필터가 적갈색으로 변했다고 민원을 제기했다”며 “탁도, 잔류 염소 등 5개 수질 항목 검사에서는 일단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답변했다. 이어 “수자원공사 한강권역본부에서 59개 수질 항목에 대해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다음 주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 한다. 결과에 따라 대책을 즉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천 서구 지역의 ‘적수 사태’가 20일을 넘기고 있는 가운데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에서도 적수현상이 발생해 서울시가 긴급 조사에 들어간 바 있다.
21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서울 문래동 일대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 6건을 받고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조사 결과 6건의 민원 가운데 3곳에서 기준치보다 높은 탁한 물(탁수)이 검사됐으나 지금은 붉은 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수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지은 지 46년 된 노후 배수관이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는 사고 지역을 포함한 인근 지역 노후 상수도관(두께 80㎝)을 1973년 매설한 후 1984년부터 노후관 교체 사업을 추진해 이 중 대다수 구역(정비율 98.7%)을 정비했지만 재개발지역 등 37㎞를 제외한 138㎞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적수가 나온 지역도 이 배수관 구간에 해당된다.
시는 문래동 일대 노후 상수도관을 애초 2020년에 교체할 계획이었으나, 붉은 물이 발생한 지역은 예비비를 사용해 최대한 빨리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 시장도 “먹는 물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서울시로서는 치욕적인 일”이라며 “노후 관로는 긴급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조치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