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피살' 주영욱, 과거에도 '양쯔강 여행' 사전 답사차 현지 방문

여행사 대표 겸 칼럼니스트 주영욱(58)씨. CEO리더십연구소 갈무리

 

여행·음식 칼럼니스트이자 여행업체 대표를 맡은 주영욱(58)씨가 필리핀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과거 그가 남겼던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주씨는 지난 2014년 8월, 모 여행 관련 카페에 “베스트레블 대표입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양쯔강 크루즈 여행을 기획·운영하게 된 베스트레블 대표 주영욱입니다”라며 “카페와의 멋진 인연으로 좋은 여행을 함께하게 돼 반갑고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주씨는 양쯔강 크루즈 여행을 함께 가는 사람 중, 고령의 부부가 있어 어떻게 크루즈를 신청했는지 궁금해 이들에게 전화했다.

 

고령의 부부가 크루즈 여행을 신청하게 된 사연은 바로 외국에 떨어져 사는 아들 부부가 ‘양쯔강 크루즈’ 소식을 듣고 부모님을 보내드리려던 효도의 일환이었다.

 

주씨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면서도 부모님을 생각하는 아드님 부부의 마음씨에 감사하다”며 “이들이 크루즈 그룹에서 가장 고령이기 때문에 제가 특별한 대접을 해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두 분을 왕복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로 모시겠다”며 “함께 여행 가시는 여러분들도 이들을 아버님·어머님이라고 생각하고 그룹에서 소외되지 않고 잘 여행할 수 있도록 신경 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해당 글에서 고령의 부부까지 챙기는 주씨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었다.

 

끝으로 그는 “저는 오늘 이번 여행의 마무리 준비를 위해서 중경으로 떠나는 길”이라며 “세심하게 잘 준비해서 여러분들이 이번 기회에 아주 멋진 여행을 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당시에도 주씨는 사전 여행 답사를 위해 먼저 해당 장소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주씨는 댓글로 자신과 고령의 부부를 응원해주는 회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면서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은 모두 마음이 넉넉한 분들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며 “이래서 길 위에서는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 이제는 여행도 보내드리고 좋아하시는 것들도 해드릴만한 여유가 생겼는데 곁에 계시지를 않네요”라며 “그래서 그렇게 해드릴 수 있는 분들을 보면 그저 부럽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여행사 ‘베스트레블’과 ‘티비스켓’ 대표인 주씨는 지난 14일 여행 상품 개발 차 필리핀 경제중심지인 마카티시(市)로 출장을 떠났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300여회가 넘는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주씨는 지난 16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현지 경찰이 안티폴로시 한 도로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했다.

 

발견 당시 주씨는 이마에 총상을 입었으며, 누군가에게 납치된 듯 손이 뒤로 묶인 상태였다. 결박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 덕트 테이프가 사용됐으며, 입도 막혀 있었다.

 

시신 발견지점은 마가티시 숙소에서 10㎞쯤 떨어진 곳이다. 필리핀 경찰은 주씨의 숙박정보 등으로 신원을 확인해 우리 정부에 사망 사실을 통보했다.

 

한국 경찰청은 19일 국제범죄수사관 감식반 요원, 프로파일러로 구성한 공동조사팀을 급파해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다. 주씨가 현지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어느 경로로 이동했는지, 정확한 사망 원인 등을 확인하고 있다.

 

주씨가 대표로 있는 여행사 관계자는 “너무나 갑작스러워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경황이 없다”고 전했다.

 

생전 스스로를 ‘문화 유목민’이라고 칭한 주씨의 사망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소봄이 온라인 뉴스 기자 sby@segye.com

사진=주영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온라인 커뮤니티·MBC 방송화면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