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논란' 9급 공무원시험서 고교 과목 퇴출된다

2022년부터 시행 / 직류별 전문과목 2개 필수화

지난 2013년 국가직 공무원 9급채용에 전격 도입된 고교 시험과목(사회, 과학, 수학 등)이 전면 폐지된다. 수험생들이 어려운 전공과목 시험은 회피하고 쉽게 고득점을 얻을 수 있는 고교과목 시험만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인사혁신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무원임용시험령 개정안을 26일 입법예고한다고 25일 밝혔다. 고교과목 시험을 폐지하고 각 직류별로 전문 과목 2개를 필수적으로 시험을 치르는 게 골자다. 향후 이를 통해 직무역량을 갖춘 인재의 공직 진출이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인사혁신처의 전망이다.

 

현행 9급 공채 필기시험은 5과목으로 공무원의 기본 소양을 평가하는 필수과목(3개)과 전문지식 등을 평가하는 선택과목(2개)으로 구성돼 있다. 고교과목은 고졸자의 공직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선택과목으로 도입되었으나 정책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더해 전문과목에 대한 선택비율이 낮아 행정서비스의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예컨대 세무직 9급 공무원이 전문 용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민원인인 회계사·세무사 응대를 기피하고, 검찰직 9급 수사관이 ‘기소’(형사사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긴다는 의미의 법률 용어)의 뜻을 몰라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고 있다는 경우 등이 공무원 전문성 논란을 부추겼다.

 

실제로 인사혁신처가 그동안 관련 토론회, 간담회와 설문조사를 통해 수험생과 관련부처를 대상으로 20차례 이상 의견수렴을 거친 결과 국민 중 77.6%, 수험생 중 73%가 고교과목 폐지에 찬성하는 등 전문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인사처는 그동안 국민, 수험생, 전문가, 관련부처를 대상으로 20차례 이상에 걸친 의견 수렴을 통해 시험과목 개편안을 마련했다.

 

이번 과목 개편은 현재 시험과목으로 고교과목이 포함되어 있는 일반행정, 세무, 관세, 검찰 등 행정직군(23개 직류)에 적용된다. 9급 공채를 준비하는 수험생이 충분한 준비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약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둬 2022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은 “국민과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근무하는 9급 공무원에게 전문성과 현장 적용 능력은 필수적”이라며 “채용 시 업무와 직결되는 전문과목 평가를 강화함으로써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국민 불편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장애유형 및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별도의 영어·외국어 기준점수 적용이 가능하도록 별도의 기준점수를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을 ‘청각장애 2‧3급’에서 ‘청각장애’로 변경하는 내용도 반영됐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