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똑바로 나아갈 때도 있지만, 구불구불 돌아갈 때도 있고, 때로는 멈출 때도 있고, 때로는 후퇴할 때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화 외에는 평화를 이룰 방법이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한·미 정상회담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을 비판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우리가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을 하지만 모든 일이 한 방향으로만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결코 한 번의 합의로 끝낼 수 있는 간단한 일도, 쉽게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늘 ‘긴 여정’이라고 표현해왔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대담한 여정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문 대통령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 북·미 두 정상의 만남이 성사되기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관계 악화로 치달아 온 미국을 적극 설득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할 수 있도록 공들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G20 정상회의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잇달아 만나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 표명과 핵 협상의 핵심 키워드가 될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요구조건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달 초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북유럽 3개국 순방 기간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공개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 김 위원장을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김 위원장을 최근 만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하는 것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던 상대국들과의 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문 대통령이 이 같은 작업을 사전에 하지 않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생각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문 대통령과 좋은 파트너십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밝혔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