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실 11곳 에어컨 설치 위해 직접 발품 판 주민

“경비 아저씨들이 좋은 환경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주민의 역할이죠”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대전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경비원들을 위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단지 내 경비실 11곳에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결과는 이 아파트 주민 A(39)씨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대전 서구 둔산동 녹원아파트 주민들의 1일 제보에 따르면 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은 지난달 초 회의를 열어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자는 안건을 부결했다. 에어컨 설치비와 함께 매달 나오는 전기요금이 주민들에게 부담된다는 이유에서다.

 

안건 부결 사실을 알게 된 주민 A씨는 에어컨 설치 필요비용을 계산했다. A씨가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확인한 결과 에어컨 설치로 주민들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가구당 매달 100원 미만이었다.

 

A씨는 “경비실 11곳의 에어컨 설치비는 한 대당 45만원씩 500만원가량으로 예비비로 충당하면 추가 비용이 들지 않고, 전기요금도 공용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구당 월 100원이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전체 주민 10%의 서명을 받으면 입주자대표회의에 안건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다른 주민들에게 서명운동을 제안했다.

 

A씨 등은 하루 만에 157명에 달하는 주민의 서명을 받았고, 경비실 에어컨 설치 안건은 입주자대표회의 재심의를 거쳐 전체 주민투표에 부쳐졌다.

A씨는 투표 독려를 위해 자비로 ‘행복한 아파트를 위해 투표에 참여해 달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제작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27일 양일간 진행된 해당 안건에 대한 주민투표는 성공적이었다.

 

전체 주민 1200명 중 618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유효표 461표 가운데 456표가 경비실 에어컨 설치에 찬성했다. 유효표 대비 약 98%가 에어컨 설치에 찬성한 것.

 

투표 결과에 따라 이 아파트에서는 동마다 설치된 경비실 11곳에 에어컨을 설치할 계획이다.

 

A씨는 “경비 아저씨도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라며 “아저씨들이 좋은 환경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주민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압도적인 찬성에 주민들 모두 놀라고 스스로 자축했다”며 “주민들의 현명한 결정으로 평소 고생하는 경비원 아저씨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용준 온라인 뉴스 기자 james109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