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펜션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아들(5)에게 전 남편을 ‘삼촌’이라고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석 제주지방검찰청 차장검사는 1일 오후 중간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고유정을 살인과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유정의 범행 동기에 대해 “전 남편 강모(36)씨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친부를 ‘삼촌’으로 알고 있었다”라며 “강씨에 대한 적개심, 그와의 자식을 현 남편의 자식으로 만들려는 의도, 현재의 결혼생활 유지 등 복합적인 동기가 혼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유정은 지난달 12일 검찰 송치 직후 계속해서 진술을 거부하다가 후반에는 “기억이 파편화돼 일체의 진술을 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정은 아들 성(姓) 바꾸기에 집착했다?
고유정은 2017년 강씨와 협의이혼하는 과정에서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가져갔지만, 한 달에 2번 강씨와 아들이 만나는 것을 허락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충북 청주에서 재혼한 고유정은 아들을 제주 친정에 맡기면서 온갖 핑계를 대며 강씨와 아들의 만남을 미뤘다.
이후 강씨는 고유정을 상대로 아들 면접교섭권 소송을 내고 승소했다. 하지만 2년 만에 아들과 만날 수 있게 된 날 고유정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
또한 고유정은 아들의 ‘성(姓)’을 바꾸는 데에도 지나치게 집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가 지난 1월 아들과 의붓아들(지난 3월 사망)이 다니는 어린이집 측에 두 아이의 성을 같게 표기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고유정은 어린이집 관계자에게 “조만간 (친아들의) 성을 바꿀 예정이니, 재혼 가정인 것을 숨겨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고유정은 5월18일 제주에 온 후 아들과 함께 제주시내 한 놀이방(키즈카페)을 찾았는데, 이 때도 아들의이름을 실제 성씨와 다르게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범죄심리 분석가들은 고유정이 전 남편과의 관계를 부정하고, 자신의 아들을 현 남편의 아들로 만들고 싶어 한 게 아니냐고 추측했다.
어쩌면 이 같은 집착이 전 남편을 살해하고 그 흔적까지 지워 ‘완전범죄’로 만들려는 강한 범죄 동기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
◇밝혀지는 범행의 전말
검찰은 고유정이 지난 5월25일 수면제 졸피뎀을 넣은 음식물을 전남편 강씨가 먹게 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범행 이튿날인 26일부터 같은 달 31일 사이 해당 펜션에서 피해자 시신을 훼손해 일부는 제주 인근 해상에 버리고, 고씨 가족이 소유한 경기 김포의 아파트에서 나머지 시신을 추가로 훼손해 쓰레기 분리시설에 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검찰은 “이번 사건은 극단적인 인명경시 살인”이라며 “구체적인 방법은 말하기 어렵지만 검색 내역과 물품 구입 내역 등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볼 때 계획적인 범행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일반인의 정신상태라면 사체가 발견되지 않도록 (이렇게)계획적으로 범행할 수 없다고 본다”며 고유정에 대한 심리학적 자문도 의뢰해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