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유정,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 상처 일부는 자해흔”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고유정(36)이 검찰 수사에서도 일체 진술을 거부했다. 검찰은 고유정이 우발적 범행임을 근거로 제시하는 일부 상처는 자해흔으로 판단했다. 계획적인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신을 찾지 못해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주지검은 1일 고유정을 살인과 사체손괴·은닉죄로 구속기소했다. 시신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검찰은 범행도구를 주요 증거로 확보했다.

 

검찰은 언론 브리핑에서 “피고인이 검찰 송치 직후에는 경찰 수사사항 언론 노출 등을 문제 삼으며 진술 거부로 일관했다”며 “10차례 조사 과정에서 ‘진술만이 피해자에 대한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끈질기게 설득했지만 고유정은 ‘기억이 파편화되어 일체의 진술을 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물론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는 상황이라 한계가 있었다”며 “객관적인 범행 동기와 사건을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에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5·제주대 대학원 박사과정)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고씨가 미리 구입한 수면제 졸피뎀을 음식물에 섞어 피해자가 먹게 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고유정은 지난 5월 26~31일 이 펜션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해 일부를 제주 인근 해상에 버리고, 이어 자신의 친정이 별도로 소유한 경기도 김포의  아파트에서 나머지 시신을 추가로 훼손해 쓰레기 분리시설에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범행 동기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적개심이자 극단적 인명 경시 범죄로 보고 있다”며 “피고인이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지만, 범행 이후 평정심을 되찾는 등 종합적인 증거로 볼 때 계획적 범행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 남편과의 자식을 현 남편의 자식으로 만들려는 의도, 현재의 결혼생활 유지 등 복합적인 동기가 혼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유정은 펜션에서 전남편을 만날 당시 함께한 아들에게 친부를 ‘삼촌’으로 소개한 것으로 검찰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친아버지를 ‘삼촌’으로 알고 있었다”며 전 남편에 대한 적개심과 현 남편의 아이로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고씨가 줄곧 “전 남편인 강씨가 성폭행하려고 해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하게 된 것”이라며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며 오른손에 대한 증거보전신청을 법원에 한 것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은 “고씨의 오른손과 복부, 팔 등에 생긴 상처 등에 대해 방어흔으로 보고 있지 않으며 일부는 자해흔 또는 공격흔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의 DNA가 발견된 흉기 등 증거물이 총 89점에 달하고, 졸피뎀과 니코틴 치사량, 성폭행 신고 미수·처벌 등 범행과 관련한 인터넷 검색이 수없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고씨가 전 남편과 자녀의 첫 면접교섭일이 지정된 면접교섭 재판 다음 날인 5월 10일부터 검색에 돌입, 보름간 범행을 계획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극단적인 인명경시 살인”이라며 “구체적인 방법은 말하기 어렵지만 검색 내역과 물품 구입 내역 등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볼 때 계획적 범행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인의 정신상태라면 사체가 발견되지 않도록 계획적으로 범행할 수 없다고 본다”고 설명하며 고씨 심리에 대한 자문을 의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살인범죄에 대한 법원의 양형기준은 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인의 경우 2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가중될 경우 무기 이상)에 처해진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사건을 송치받은 뒤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지난달 말까지 경찰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범행동기와 방법을 규명하기 위해 주요 범행 도구에 대한 DNA 재감정, 디지털포렌식 결과 재분석, 추가 압수수색, 고씨의 현 남편 추가 조사 등 보강수사를 진행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