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 산하 중앙보훈병원에서 의료진이 의료법 위반 행위를 자행하고 강요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일 심장마비로 쓰러진 이모(77·여)씨 딸 최모(53)씨가 녹취한 파일과 촬영한 동영상 등에 따르면 중앙보훈병원 의료진은 이씨가 입원한 지난해 8월 9일부터 스스로 가래를 뱉을 수 없는 이씨를 위한 석션(suction) 행위를 최씨와 간병인에게 시켜왔다. 석션은 가래를 배출할 능력이 없는 사람의 가래나 분비물을 진공압력을 걸어 빼주는 의료행위다. 의료법 제27조는 ‘모든 의료행위는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만이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녹취록 등에 따르면 이씨 주치의는 최씨에게 “상황이 안되면 간병인과 보호자도 석션을 해야 한다” “석션을 하지 못하면 간병인 자격이 없다”는 등 의료행위인 석션을 기피하고 강요하는 발언을 했다. 간호사들 역시 “석션을 보호자가 배워서 하거나 간병인을 시키라”고 지시했다. 국가 기관인 중앙보훈병원이 의료법에 따라 병원 차원에서 비의료인의 석션 행위를 막기는커녕 되레 보호자나 간병인에게 석션을 종용한 것이다.
최씨는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자 병원 측에서 환자인 이씨를 병실 밖에 수시간 동안 방치하거나 의료폐기물을 이씨의 몸 위에 내버려두는 등 또 다른 의료법 위반 행위도 저질러 이씨의 병증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개인 업무로 병원에 상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엄연한 의료행위인 석션을 보호자한테 전가하는 병원이 어디 있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최씨는 “문제제기를 하자 병원 직원들이 나와 폭언과 폭행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중앙보훈병원 의료진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소, 현재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중앙보훈병원은 이에 대해 “최씨가 제기한 문제와 관련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수사당국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릴 뿐 특별한 의견을 표명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의료면허 취소 사례집 “소중한 내면허, 잘 관리하자”에 따르면 간병인에게 석션을 지시한 의료인은 의료법 제66조에 따라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것’으로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받는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