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완화 없다'면서도 '인도적 지원·남북 경협' 가능성 내비친 비건

기자들에 비보도 전제로 '완전한 핵 동결' 추진 입장 밝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뉴시스

미국 정부의 대북 실무 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과의 향후 협상에서 핵과 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WMD)의 ‘완전한 동결’(complete freeze)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국의 언론 매체 ‘악시오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을 수행한 뒤 지난달 30일 미국으로 귀국하는 항공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보도를 전제로 이런 입장을 밝혔다고 악시오스가 전했다. 악시오스는 그 당시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미국 정부 측과 비보도 약속을 하지 않았으며 다른 두 명의 소식통을 통해 그의 발언을 전해 들었기 때문에 그 내용을 보도한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가 기자들에게 발언할 당시에 그 항공기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함께 탑승하고 있었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악시오스는 “비건 대표가 트럼프 정부의 강경파에 비해 보다 유연한 입장을 취할 것을 예고했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는 북한이 무기 프로그램의 동결 상태를 유지해도 미국이 대북 제재를 해제할 준비를 하지 않을 것이나, 대북 인도적 지원과 외교 관계 개선 등 다른 양보안을 김 위원장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비건 대표는 미국 정부가 ‘동결’과 ‘최종 상태’ 아이디어를 원하고 있고, 그 안에서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향한 로드맵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비건 대표는 미국이 이런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주고받기 식 협상을 하겠다는 뜻을 몇 차례 강조했다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 매체가 보도했다.

 

비건 대표는 미국 정부가 ‘완전한 비핵화’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비건 대표는 또 기자들에게 “우리가 바라는 것은 WMD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이다”면서 “더는 그것들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북미 정상이 손을 맞잡은 모습. 연합뉴스

뉴욕 타임스는 1일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판문점 회동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달 중순께 시작될 북·미 실무협상에서 새로운 대북 제안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미 정부 관리들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좀 더 강력한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거나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평화 프로세스에 따른 제한된 남북 경협 허용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또 “미국과 북한이 상대국 수도에 이익 대표부(interests offices)를 교환 개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전날에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핵 동결’을 골자로 한 새로운 비핵화 협상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비건 대표는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우리가 비핵화 이전에 제재 완화를 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악시오스가 전했다. 비건 대표는 그러나 북한에 다른 쪽으로 유연성을 보일 수 있을 것이고, “그 와중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며 인도적 지원, 인적 교류 확대, 상호 수도에 공관 개설 등을 김 위원장에게 양보안으로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