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후유증’에 급식 대란까지… 애꿎은 아이들만 피해

[이슈톡톡]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파업
3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이 텅 비어 있다. 뉴시스

교육당국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의 교섭 결렬로 오늘(3일)부터 최장 사흘간 전국 학교에서 진행될 파업으로 전국 상당수 학교의 급식 차질이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인천 서구 일대 학교는 한 달 전부터 이어진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에다 파업에 따른 급식 문제까지 겹치며 애꿎은 해당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3일 인천시 교육청에 따르면 전체 학교 482곳 중 조리실무원 파업 참여율이 높은 155곳에서 급식이 중단되거나 대체급식이 제공될 예정이다. 143개교는 빵과 우유 등으로 대체 급식하거나 학생이 개인 도시락을 지참하며, 나머지는 기말고사(11개교)거나 단축수업(1개교)에 해당한다고 시 교육청은 밝혔다. 이 중에는 적수 피해 후유증을 겪는 학교도 포함됐다.

 

◆적수로 대체급식 한 달…파업으로 ‘정상급식 불가’ 재안내

 

인천 서구 A초등학교는 적수 사태로 인한 대체급식 가정통신문을 띄운 지 한 달 만에 다시 비슷한 안내문을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학교는 지난 1일 통신문에서 “조리실무사(교육공무직 근로자)가 가입한 노동조합이 3일 하루간 파업을 선언했다”며 “합법적인 절차를 통한 노동조합 활동으로 본교 조리실무사들이 파업에 참여함에 따라 정상급식이 어려운 실정이다”고 밝혔다.

 

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라 빵, 우유 등의 대체급식을 제공하게 되어 안내드리오니 학부모님들의 많은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급식 중단에 의한 학생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3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도시락을 들고 등교하는 학생. 연합뉴스

지난달 3일 수질 이상에 따른 대체급식 공지를 냈던 학교는 식재료 세척 시 생수를 쓴다고 안내했지만(6월 중순), 보름여 만에 식단을 다시 바꾸게 됐다. 3일에는 오므라이스를 포함한 식단을 제공할 예정이었으나 빵과 떡, 우유 등으로 교체됐다.

 

사흘간 파업이 예고된 것과 달리 하루만 급식에 차질을 빚는 게 다행으로 보인다.

 

세계일보는 A학교에 급식 차질 관련 문의를 하고 싶다며 연락처를 남겼지만, 이번 사태에 따른 부담감 탓인지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

 

◆학비연대 “학교도 세상도 비정규직 넘쳐…다양한 목소리 들어달라”

 

학비연대는 총파업 규모와 일정 등을 공지하면서, 사회의 심각한 비정규직 차별과 고용불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투쟁에 주목해달라고 요청했다.

 

학비연대는 2일 보도자료에서 “학교도 세상도 비정규직이 넘치지만 차별적 저임금이 개선될 희망이 사라졌다”며 “헬조선, N포세대 등으로 불리는 우리 사회 현실이 어쩌면 진짜 대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급식, 돌봄, 특수교육 분야 외에도 교무실과 행정실, 과학실 등의 100개 넘는 직종에 (비정규직이) 종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교육시설관리본부에서 교섭 중인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교육당국. 뉴시스

모든 이가 교육현장에서 소중한 노동을 한다면서, 학비연대는 “이번 총파업에는 다양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참여한다”고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예정된 파업 기한은 오는 5일까지지만, 사정에 따라 연장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학비연대는 기본급 6.24% 인상과 근속급·복리후생비 등에서 정규직과의 차별해소를 요구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80%’ 수준으로 임금 인상, 초중등교육법상 교직원에 포함도 주요 요구사항이다. 이에 교육당국은 기본급 1.8% 인상안을 제시했다.

 

한편, 이번 파업을 향한 시각도 엇갈린다. 파업을 지지한다는 학생들도 있지만,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는 이유 등에서 파업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교육당국이 손 놓은 사이 애꿎은 아이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