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있어 ‘핵심축(린치핀)’임을 재확인했다.”(Both sides reaffirmed that the strong U.S.-R.O.K. alliance is the linchpin of peace and security in the Indo-Pacific.)
미국 국무부가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6.29∼30)과 관련해 언론에 배포한 설명자료 속 문구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은 ‘미국과 일본, 인도 등이 한편이 돼 중국을 견제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간 미국은 한·미 동맹의 지정학적·전략적 의의를 평가할 때 주로 ‘동북아시아(Northeast Asia)’란 표현을 써왔는데 이번에 ‘인도·태평양(Indo-Pacific)’이란 문구를 못박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록 중국을 따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한국이 인도·태평양 정책 동참을 통한 대중(對中) 견제에 협력해야 한다’는 미국 측 요청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韓, 인도·태평양 정책 동참해야" 美 요청 반영된 듯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국무부 자료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협력 심화’라는 소주제를 별도로 배정했을 정도로 이 대목에 무척 공을 들였다. 자료는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좋은 통치와 투명성, 법치, 자주권, 법에 기반한 질서, 시장경제 원칙을 합동으로 증진키로 약속했다”고 명시했다.
미 국무부는 또 “한·미 정상이 메콩 지역 국가들의 자주권과 경제적 독립에 대한 약속도 되풀이했다”며 “미국은 열려 있고 믿을 수 있으며 안전한 인터넷을 도모하고 지역적 사이버보안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또한 아세안(ASEAN)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내용이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신(新)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 발언 내용을 감안하더라도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있어 ‘핵심축(린치핀)’임을 재확인했다”는 미국 정부의 표현은 상당히 ‘수위가 센’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견제가 목표인 인도·태평양 정책 실현에서 한국이 미국의 핵심 파트너가 됐다는 뉘앙스가 강해서다.
◆기존의 '동북아시아' 대신 '인도·태평양' 문구 명시해
그간 미국은 인도·태평양 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공공연히 일본을 지목해왔다. 미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4월 일본 자위대의 야마자키 코지 신임 통합막료장(합참의장) 취임을 계기로 낸 보도자료에서 “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주춧돌(코너스톤)’로서 굳건히 서 있다”(The alliance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Japan remains the cornerstone of peace and security in the Indo-Pacific region)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한국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방미를 계기로 미 합참이 낸 보도자료에는 “한·미 동맹은 동북아시아의 안정와 안보를 위한 ‘핵심축(린치핀)’이다”(The United States-Republic of Korea alliance is a lynchpin of stability and security in Northeast Asia)는 문장이 들어갔다.
이번 미 국무부 자료와 비교하면 ‘핵심축(린치핀)’이란 표현은 그대로이나 그 뒷부분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peace and security in the Indo-Pacific)라고 해서 일본과 비슷하게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미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한·미 간 철통같은 동맹을 재확인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기간에 문 대통령과 양국의 깨지지 않는 유대를 확인하고 양자관계를 더 확대하기로 약속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