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6일 통영에 상륙해 부산과 울산을 통과하여 지나간 태풍 콩레이로 인해 제주와 남부지역에서 큰 피해를 보았다. 기상청은 많은 언론으로부터 콩레이의 경로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태풍을 연구하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면 경로 예측이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3일 예보 오차가 259㎞, 2일은 140㎞, 1일은 84㎞로서 3일에 걸친 예보 오차는 우리나라에 접근하는 태풍 경로 예보의 평균적인 오차와 비슷하거나 작았다. 태풍에 의한 강풍과 집중호우의 예보도 피해에 대비하기에 유용했다고 본다.
그럼, 콩레이의 경로와 바람 및 강수의 예보가 크게 틀리지 않았음에도 과도하게 비난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로 오차가 컸던 이유일 수 있고, 태풍의 피해가 예상보다 크게 나타났기 때문일 수 있으며, 예보 자체가 평소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이유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기상청 입장에서는 콩레이 예보와 관련해서 억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태풍이란 열대 지역에서 발생하는 여러 저기압 중 최대 풍속이 초속 17m 이상으로 발달한 강한 열대저기압을 가리킨다. 해수면 온도가 높고, 저기압성 회전이 있고, 바람 시어(대기 상·하층 사이의 바람차이)가 약하고, 대류권 중층에 충분한 수증기가 있는 등 여러 조건이 모두 만족될 때 태풍이 만들어진다. 많은 사람은 지구온난화로 열대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니 더 많은 태풍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해수면 온도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여러 기상 조건이 갖춰져야 태풍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태풍이 우리가 살고 있는 중위도 지역으로 올라오면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고 바람 시어가 강해져서 태풍의 세기는 급격하게 약해진다. 대만이나 일본 남부지역에 위치했을 때와 비교하면 중위도 지역 태풍은 그 중심기압이 높고 최대 풍속이 약하다. 그런데 태풍이 중위도 지역으로 북상한다고 강수량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태풍 구름의 원통 형태가 와해되면서 내부에 있던 수증기가 일시에 비로 내려 우리나라의 태풍 강수량이 대만이나 일본 남부지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경우도 있다.
허창회 서울대 교수·대기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