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비 찔끔… 장마철 맞나요?

장마전선 남부만 비 뿌리고 남하 / 중부 강수량 14.2㎜로 마른 장마 / 10일까지 북상 못해… 더위 계속

‘장마철 맞아?’

 

지난달 26일 12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동시장마’가 시작됐지만, 중부지방 강수량은 14.2㎜에 그쳐 장마 같지 않은 장마철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40도에 육박하는 유럽의 극한 폭염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6일 이후 이날까지 서울에는 2.9㎜의 비가 내렸다. 춘천은 1.8㎜, 수원 4.9㎜, 속초 6.2㎜ 등 수도권과 강원 지역은 장마 첫 일주일간 강수량이 10㎜에도 못 미쳤고, 충청 지역도 청주 11.9㎜, 대전 15.0㎜ 등에 그쳤다. 중부지방 전체 평균 강수량은 14.2㎜로, 예년 같은 기간 강수량(58.4㎜)의 4분의 1 수준이다.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도 장마가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을까.

 

윤기한 기상청 예보관은 “장마의 시작과 끝은 시·도별로 보지 않고 제주·남부·중부 이렇게 권역별로 구분해서 판단한다”며 “적은 양의 비일지라도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내렸기 때문에 전국에서 동시에 장마가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장마철에 접어들었음에도 중부지방에서 장마를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는 장마전선의 북상이 더디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남해안 지역에 제법 많은 비를 뿌린 장마전선은 그 뒤로 남하해 지금은 제주도 남쪽으로 250㎞가량 떨어진 곳(중국 상하이∼일본 규슈)까지 내려간 상태다.

 

장마전선은 한반도 남쪽에서 발달한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쪽 다른 성질의 기단과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데, 최근까지 우리나라는 북쪽의 찬 공기가 우세했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북반구 전체적으로 유럽은 폭염을 부르는 기압능이, 태평양과 동아시아 쪽에는 한기를 가져오는 기압골이 가득 찬 시소 형태의 모습을 보인다”며 “그래서 유럽에는 40도의 극한 더위가 이어지고, 우리나라에서는 장마전선의 북상이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한상은 예보전문화TF팀장도 “북반구 상층 공기 흐름이 막힌 상태라 10일까지는 장마전선이 북상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마가 주춤하는 사이 한낮에는 일사로 인한 더위가 예상된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4일 32도, 5일 33도, 6일 34도로 계속 올라가겠고, 아침·저녁은 21∼22도에 머물러 일교차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