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그대로 베끼고도 심의?… 과기부 5G 부실 심사 정황

참여연대 "엉터리 인하율 그대로 인용" / '깜깜이 심의' 지적에도 과기부, 자문위원 명단 비공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5G(5세대) 이용약관 인가과정에서 통신사가 제출한 자료를 별다른 검증없이 그대로 베껴서 심사의 근거로 삼았단 주장이 나왔다. 과기부 인가를 거쳐 우리나라 통신3사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선언하고 서비스를 현재까지 제공 중이지만 높은 요금과 기대에 못 미치는 서비스 품질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정부의 부실 심사가 이런 문제를 야기했단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과기부의 5G이용약관 인가과정에서 ‘깜깜이’, ‘무책임’, ‘자료 베끼기’ 행태가 확인됐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엉터리 인하율 그대로 인용”

 

참여연대는 과기부에 5G 이용약관 인가·심사자료 등을 정보공개 청구에 일부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과기부가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에 제출한 이용약관 인가 심사자료가 SK텔레콤이 과기부에 제출한 데이터와 자료를 그대로 옮겨적은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측은 “자문위원회에 이용약관을 심의할 만한 충분한 검토나 논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요금 결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자료가 되는 가입자수 예측, 트래픽 예측, 공급비용 예측 등을 민간자문위원이 직접 검증하기 어려운 만큼 과기부의 자체 검증과 결과 제출이 필수적이지만 그 어떤 사전 검토 의견이나 자체적인 분석자료를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SK텔레콤이 과기부에?5G 이용약관 인가를 신청하면서 제출한?‘5G 이용약관 개정근거’ 자료 중 일부.
2019년도 제2차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 결과보고 중 일부

 

실제 SK텔레콤이 심사를 요청하면서 과기부에 제출한 자료 중 데이터 단위 요율(요금의 비율)의 경우 그 수치 자체로 오류가 있었는데도 심사자료에 그대로 인용됐다는 게 참여연대 측 주장이다. 지난 3월 SK텔레콤이 과기부에 5G 이용약관 인가를 신청하면서 제출한 ‘5G 이용약관 개정근거’ 자료상에는 5G 요금제의 1GB(기가바이트)당 요금 인하율이 기존 요금제 대비 최대 ‘45%’에 이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수치는 자문위원회 결과보고에 그대로 인용돼 ‘동 인가신청 요금제는 기존 LTE 요금제 대비 단위(GB) 당 데이터 요금을 인하’했다는 결론의 근거로 쓰였다.

 

그러나 이는 5G 요금제의 월 정액 요금이 10% 상승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계산한 결과였단 게 참여연대 측 분석이다. 실제 이 상승분을 감안하면 데이터 1GB당 실제 요금 인하율은 27% 수준이었다. 참여연대는 “과기부가 자체분석 없이 SK텔레콤이 제출한 엉터리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자문위에 제출했고 그 결과 자문위 결과보고에도 최대 45%라는 데이터 단위 요율 수치가 인가 권고의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제시됐다”고 지적했다.

 

과기부는 이와 관련 “데이터 단위 요율은 이전부터 계산해오던 방법대로 구한 것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SK텔레콤 자료를 검증없이 인용했단 건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참여연대가 4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5G(5세대) 이동통신 이용약관 인가심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깜깜이 심의’…과기부, 자문위원 명단 비공개 

 

과기부가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를 앞세운 채 ‘깜깜이’ 심의를 하고 있단 지적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5G 이용약관을 심의하고 인가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전기통신사업법상 인가권한을 가진 과기부의 역할이나 입장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며 “법적기구가 아닌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에 사실상 결정 책임과 권한을 떠넘겨 행정 책임성과 투명성을 크게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는 과기부 내부 지침에 근거해 운영된다. 이번 참여연대의 정보공개 청구에도 과기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한 민간위원 명단과 소속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참여연대 측은 “결국 자문위는 ‘권고만 했을 뿐 최종인가권한은 과기부에 있다’, 과기부는 ‘민간전문가가 참여한 자문위 권고를 수용했을 뿐이다’라며 정책결정의 책임을 미룰 여지가있다”며 “결국 자문위 결정이나 통신사의 인가신청 자료에 대한 과기부의 ‘공식 입장’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현행 인가심의 구조에서 피해를 입는 건 높은 통신요금을 부담해야 하는 대다수 국민들이다”라고 주장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