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올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세 번째 만남을 우리는 목격했다. 남북한 경계선을 오가는 두 정상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격세지감을 느꼈고, 기대와 우려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우리는 오늘날 국제정세의 거대한 흐름의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우선, 냉전기 자유진영 대 공산진영 대결로 점철된 이념 갈등이 21세기 해양세력 대 대륙세력 대결로 특징지어진 지정학 갈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반도국가인 우리나라는 해양세력인가 대륙세력인가. 아니면 이 둘을 가교하는 세력이 되고자 하는가. 구태의연한 편승외교냐 균형외교냐 하는 논쟁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를 뛰어넘어야 한다. 이어, 1990년대 다자주의와 규범주의를 기초로 한 국제사회의 문제해결 방식이 21세기 양자주의와 협상주의에 근거한 문제해결 방식으로 그 틀이 변화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 국제제도가 주요한 기제가 되나 후자의 경우 국력이 그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힘에 기초한 외교가 진전되고 있으며, 상대국과의 역학구도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 오늘날 세계는 열린사회와 닫힌사회로 재편되고 있다. 열린사회의 리더인 미국을 중심으로 서구국가들이 협력을 유지하고 있고, 닫힌사회의 리더인 중국을 중심으로 북한과 러시아가 뜻을 함께하고 있다. 가치의 공유 없이 우방이 될 수 없다는 말처럼 두 사회 간의 간극을 좁히기가 어려워 보이고 우리는 열린사회의 규범을 지키며 그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주변정세가 강대국 국내정치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을 위해,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이달 말 참의원선거 승리를 위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일인지배체제 강화를 위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집권 공고화를 위해 여념이 없다. 한편 북한의 김 위원장은 체제 강화에 혈안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내년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승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