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김포에서 체포할 수 있었다”… 檢 영장 기각 논란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36·여)의 신병확보가 검찰의 체포영장기각으로 늦어진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 30일 경찰은 고유정의 전 남편 강모(36)씨의 실종상태가 지속되자 고유정을 ‘감금’ 혐의로 검찰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고유정의 거주지인 충북 청주시 아파트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도 함께 신청했다.

 

강씨가 가족들에 의해 실종신고(5월 27일)된 지 나흘째에 이르고 CC(폐쇄회로)TV 분석 결과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체포영장을 이튿날인 5월 31일 새벽 0시31분쯤 기각했다. 청주시 아파트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기록을 검토한 결과 ‘감금’에 대한 소명 부족으로 판단했다”며 “체포는 신중히 하되, 청주시 아파트에 대한 압수수색 필요성은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체포영장 기각으로 고유정이 아버지 소유의 김포시 아파트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목공용전기톱으로 2차 훼손하고 버린 뒤 청주시 자택으로 유유히 떠날 수 있는 시간도 벌어준 셈이다.

 

경찰은 증거 확보를 위해 31일 범행장소인 펜션 내부를 정밀 감식한 결과 피해자의 혈흔을 확인했다. 청주시 아파트 분리수거함에서도 범행도구 일부도 발견했다.

 

이에 경찰은 이튿날인 6월 1일 오전 고유정을 청주시 아파트에서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1차 사체 은닉은 5월 28일 오후 9시34분쯤 제주~완도 여객선 갑판에서 이뤄졌고, 2차 사체 은닉은 5월 30일 오후 10시 54분쯤과 31일 오전 3시20분쯤 2차례에 걸쳐 고유정의 친정이 소유한 김포시 아파트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검찰은 “체포영장 기각으로 인해 고유정을 김포에서 체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니다”며 “피해자의 시신 확보가 더욱 어려워진 것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도 한 펜션에서 2년 만에 아들(5)을 만나러 온 전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고유정은 ‘전 남편이 성폭행하려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유정의 재판은 15일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이르면 내달 초 속행될 예정이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