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華爲)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 문제가 미·중 무역협상 최대 의제로 부상했다. 다음 주 재개되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에서 이 문제가 사전 합의되지 않으면 협상이 곧바로 결렬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로 만나 양국 간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화웨이 문제에 대한 해법이 어렵사리 재개된 협상 결렬 여부를 가르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전했다.
SCMP에 따르면 미국 협상 대표단은 다음 주 교착상태에 빠진 무역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베이징(北京)을 방문한다. 한 미국 소식통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주 베이징 회담이 양 정상 간 합의한 이 깨지기 쉬운 휴전이 얼마나 지속할지를 결정하겠지만, 양국 대통령이 합의한 사항, 특히 화웨이의 경우에 대해서는 양측 사이에 혼란이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면서 “만약 양국 대표단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회담은 즉각 결렬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화웨이에 대한 공급 금지를 어떻게 완화하고 해결할지를 지켜본 다음 협상의 다음 단계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했지만, 중국 정부는 여전히 미국산 대두(콩) 수입 재개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만약 협상이 결렬된다면 미국은 이미 경고했던 것처럼 3000억 달러 상당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것이며, 무역전쟁은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SCMP는 전했다.
백악관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직후 화웨이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언급을 어떻게 이행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화웨이에 대한 90일간의 거래금지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이 가능성 있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0일 유예기간이 끝나는 8월 13일 이후로 연장할지 또는 특별승인 절차 등 새로운 방안을 마련할지를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 제재 완화 언급에 대해 비판이 목소리가 높다. 미 상무부는 여전히 화웨이에 대한 제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수출집행실 존 선더먼 부실장은 지난 1일 직원들에 보낸 이메일에서 화웨이에 대한 판매 허가를 요구하는 기업의 요청에 ‘여전히 화웨이는 제재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라는 취지를 밝혔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워싱턴 회담이 결렬된 이후 같은 달 15일(현지시간) 외부위협으로부터 정보통신기술과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 상무부는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기업 명단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상무부는 150일 안에 시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미 상무부는 같은 달 20일부터 갑작스러운 거래금지 조치에 따른 미 기업 불이익을 고려해 화웨이에 대한 거래금지 90일 유예조치를 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