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로 촉발된 폭력시위 이후 홍콩 대학생에게 ‘비공개 대화’를 제의했지만 거절당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폭력시위를 옹호하는 서방 언론에 대한 비판에 나서는 등 홍콩 사태 여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홍콩과기대(HKUST)와 홍콩 중문대 학생 대표에게 대화를 제의했지만, 대학생 대표들은 “대화 제의가 너무 늦었고, (대학생 본인들이) 대표성이 약하다”며 응하지 않기로 했다. 중문대 학생회장 잭키 소는 “홍콩 정부의 대화 제기가 단지 홍보를 위한 쇼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우리 요구가 수용될 때에만 (대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6월 위기 사태 전에 그런 대화를 요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대학생을 비롯해 시위에 참여한 다양한 배경의 젊은이들과의 대화를 제의했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 측은 “대화의 목적은 깊게 듣고, 솔직한 소통을 위해서이다”며 “람 장관은 따라서 비공개회의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소수 과격파와 정부 비판 성향 시민을 분리해 저항 운동 동력을 약화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정부는 현재 약 10개 정도의 소수 강경 시위대가 있다고 보고, 이들은 향후 더욱 대담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는 홍콩 사태에 대한 서방 언론의 보도 태도가 폭력시위를 옹호하고, 악의적인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서방 매체가 폭력시위를 옹호하고, 악의적으로 홍콩 경찰을 비난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서방 매체들은 홍콩 주민이 폭력시위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폭력시위에 대한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도 국내·해외판 논평을 통해 홍콩 시위에 대한 서방 국가의 옹호와 지지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한편, 홍콩 사태 이후 대만 이민 등에 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중국 담당부처인 대만 대륙위원회의 추추이정(邱垂正) 대륙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4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대륙위원회와 주홍콩 ‘타이베이경제문화판사처’가 대만 이민과 거주 관련 문의를 전화와 이메일로 받았다고 말했다. 홍콩의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인권과 자유, 법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라고 대만 정부는 분석했다. 하지만 반중 시위 이후 정식으로 ‘홍콩·마카오 관계 조례'의 18조에 의한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개별 사례는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홍콩·마카오 관계 조례 제18조는 정치적인 원인으로 안전과 자유에 피해를 보거나 긴급한 위험 가능성이 있는 홍콩과 마카오 거주민에 대해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