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속에 있는 '인간 딤섬'이 된 것 같아요."
5일 서울의 낮 기온이 최고 35도로 예보되며 올해 첫 폭염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시민들은 급습한 불볕더위에 휴대용 선풍기, 냉면, 팥빙수 등으로 더위를 식히느라 여념이 없었다.
기습 더위에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풍경도 달라졌다.
서울 중구의 한 냉면 가게는 본격적인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만석이 됐고, 가게 밖엔 20여명이 대기 줄을 서며 장사진을 이뤘다.
가게 밖 의자에 앉은 채 연신 땀을 흘리던 직장인 조모(52)씨는 "여의도에서 멀리까지 왔다"며 "폭염에 냉면이나 먹자는 친구 말에 흔쾌히 찾아왔다"고 말했다.
직장인 서모(28)씨는 "원래 점심은 무조건 밥만 먹으려고 고집하지만, 오늘은 너무 더워 도저히 안 되겠더라"면서 "얼른 먹고 사무실에 돌아가 에어컨 바람 쐬며 쉴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예 사무실로 점심을 배달해 먹는 직장인들도 많았다. 서대문구 충정로 인근 도로에는 배달기사들이 줄지어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을 배달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회사원 정모(29)씨는 "맵고 짠 쫄면, 김밥, 떡볶이 등을 배달시켜 동료들과 나눠 먹었다"면서 "부서에 있는 직원 6명 중 나가서 밥 먹자고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더라"고 했다.
업무상 야외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 이마와 목덜미에 맺힌 땀을 계속 훔쳤다.
서대문구 충정로 소재 한 빌라에 우편물을 배달하던 집배원 김모(45)씨는 "오늘 할당된 택배가 40여개, 등기가 300여통, 편지가 1천여통 정도 된다"면서 "폭염 경보가 내려도 우리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500㎖짜리 생수를 4통 마신 것 같다"면서 "아직 두 시간은 더 밖에서 일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또다시 오토바이에 올랐다.
교통경찰 임모(45)씨는 "아스팔트 열기와 매연 탓에 힘들지만, 작년 여름에는 더 힘들었다"며 "올해 더위가 작년과 비슷할 것 같아 직원 모두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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