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로 반일감정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술에 취한 남성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모욕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청년들은 소녀상에 침을 뱉고 일본어로 ‘조센징’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시민들까지 모욕했다. 때문에 일본인이 아니냐는 추정 기사까지 나왔지만 검거하고 보니 모두 한국인이었다.
6일 경기 안산 상록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8분쯤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서 남성 4명이 소녀상에 침을 뱉었고 이를 제지하는 시민과 시비가 붙었다는 신고 2건이 접수됐다.
이에 경찰이 현장이 출동했지만, 이들은 모두 자리를 떠난 뒤였다.
신고자들은 시비가 붙었을 당시 문제의 남성 4명 중 1명이 일본어를 사용했고, ‘조센징’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주변 사람들에게 고성을 질렀다고 증언했다. 이들이 술에 잔뜩 취한 상태 같았다고도 했다.
청년 중 1명이 일본어를 구사했다는 점 때문에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소녀상에 침을 뱉고 달아났다”는 기사들이 6일 오전부터 온라인상에 쏟아졌다.
그런데 체포해 보니 이들은 모두 20∼30대 한국인이었다.
안산 경찰은 상록역 소녀상 인근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이날 오후 2시55분쯤 남성 2명을 붙잡았다. 다른 남성 2명에게도 연락을 취해 경찰 출석을 통보했다.
이들은 이날 새벽 술을 마셔 취한 상태에서 소녀상을 보고 장난기가 발동해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녀상에 침을 뱉고는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까지 했다. 한 남성은 일본어를 구사할 줄 알아 시민 앞에서 일부러 일본어로 말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이 침을 뱉은 대상이 사람이 아닌 조형물이긴 하지만, 모욕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과 한(恨)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진 만큼 별도의 관리 주체에 의해 유지 및 보수되기 때문이다.
안산시 상록수역에 위치한 소녀상은 2016년 8월15일 제71주년 광복절을 맞아 시민들의 거리 캠페인과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건립됐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