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사망했다”… 백기 든 캐리 람

시민들·野 퇴진요구 유화책 / 시위 장기화 우려 민심 수습 / 경기 침체·여행객 이탈 부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과 야당이 반대해온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이 사망했다고 밝히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9일 시민과 야당이 반대해온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이 사망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다만 람 장관의 발언이 이른바 송환법의 철회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람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송환법 추진에 대해 “완전히 실패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입법회에서 법안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그래서 여기서 반복하겠다. 그런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송환법 재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시민들과 경찰의 충돌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 기구인 경찰 고충처리위원회에 조사를 맡기고 시민과 경찰, 언론 그리고 행인 등 시위와 관련된 모든 당사자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람 장관의 송환법 사망 발언은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과 야당에 대한 적극적인 유화책으로 풀이된다. 일부 과격 시위대의 홍콩 입법회 점거 후 첫 주말 집회가 열린 지난 7일에도 대규모 인원이 집회와 시위에 참가하는 등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람 장관이 민심 수습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람 장관은 홍콩 시민들의 대규모 저항에 직면하자 송환법 추진의 ‘무기한 보류’ 방침을 밝히면서 “송환법이 (장차) 죽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송환법이 홍콩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람 장관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SCMP에 따르면 홍콩 상공회의소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윌리엄 충은 “전체적인 그림이 우울하다”며 “만일 정치적인 긴장이 계속되거나 고조된다면 홍콩 가계의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여행객들이 다른 곳에 가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4개월째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5월 증가율은 1.3%에 그쳤다. 지난달부터 도심 지역에서 홍콩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잇따라 이어지면서 코즈웨이베이, 애드미럴티, 완차이, 카오룽 등지의 상업 활동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