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겨냥한 ‘경제보복’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한국의 정권 교체를 노린 전략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출규제 조치 철회와 양국 협의를 요구한 것을 일본 정부가 정면 거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일본 극우세력이 한국 보수언론 등을 이용해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베 정권, 한국의 현 정권을 표적으로 삼아”
1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여한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지난 번에 제가 ‘아베 정권은 한국을 망가뜨릴 생각이다’라고 말씀 드렸는데, 한국이 아니라 현 정권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내용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앞서 호사카 교수는 지난주 같은 방송에서 ‘일본 정부가 극우매체를 동원해 이 이슈를 안보 문제로 포장하고 있다’고 한 바 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의 극우매체라고 할 수 있는 데서는 (조선일보 등)한국의 보수언론을 인용해 가며 여론전에 계속 나서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조선일보 기사도 그렇고 (보수언론의)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현 정권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많은데, 일본 극우매체들이 그것을 그대로 번역해서 일본에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일본인들도 ‘(한국인들은) 현 정권에 대한 반대가 아주 심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를 본 일본인들이 ‘아베 정부의 말이 맞구나’라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의 실패가 초래한 내용이다’라는 (관련 뉴스) 댓글이 굉장히 많은데, 일본에서는 이를 확실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에칭가스 얘기하는 세 사람 발언서 명확해져”
앞서 일본 정부는 이번 수출규제 강화 조치의 이유로 불화수소(에칭가스)를 비롯한 전략물자의 대북 반출을 들었다. 이와 관련해 호사카 교수는 “에칭가스가 북한에 갔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세 사람”이라며 아베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과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안보조사회장을 거론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 세 사람의 말을 쭉 추적해보니 한 달 전인 지난달 10일 자민당의 한 강연회에서 오노데라 안보조사회장이 ‘(한국의) 이번 정권하고는 절대 관계가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란 말을 했더라”고 말했다. 이어 “‘정권 교체 다음을 생각해야 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고, ‘앞으로는 문재인 정권을 무시하는 정책이 최고’란 말도 했다”고 부연했다.
그 근거로 든 게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의 ‘냉대’와 최근 문 대통령이 일본 측에 협의를 요청한 것을 거절한 일이다. 호사카 교수는 “이건 정중한 무시라고 하고 있지만 완전한 무시로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일보 등) 한국 보수언론이 일본 극우정권과 같이 가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호사카 교수는 “지금 일본 여당 쪽에서는 ‘한국의 경제가 나쁘다’ 이런 것도 다 분석했다”며 “또 ‘한국의 경제를 망가뜨리면 정권 교체가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전략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정당하다’며 반대 여론 잠재우기에 한창”이라면서 “반발하던 기업인들도 지금은 조용해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