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한국경제, 기업들의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렇다 해도 혁신은 해야 합니다.”
딜로이트컨설팅 김경준 부회장은 9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기업들이 삼각파도를 맞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회장이 언급한 삼각파도는 △디지털화(비즈니스 모델 격변) △무역질서 재편 △정책 리스크다.
―주요 그룹이 세대교체됐다. 서구 교육을 받은 이들이다.
“디지털, 글로벌에 대한 지향점이 많은 사람들이다. 잘해보고 싶을 것이다. 혁신의 허브는 미국이다.
―지금 노력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대평원 생태계를 봐라. 일견 평화롭고 무질서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생존과 경쟁의 엄정한 질서가 있다. 천국처럼 보이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기업들이 부여하는 자유만 보고 이면의 냉혹한 질서를 이해하지 못하면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수시로 진행되는 다면 평가, 목표 달성 등 업무 긴장도가 높다. 자율적 퇴사자 발생이 여느 기업과 다르지 않다.”
―컨설팅 제안이 많은가.
“불황이면 우리도 불황이었다. 기업들이 저성장 기조를 보며 3∼4년간 대형 투자 등에 조심했다. 그런데 지금은 ‘더는 이렇게 있을 수 없다’ 하는 분위기다. 유통만 봐도 1년 만에 오프라인이 무너졌다. ‘아, 우리도 디지털화에 준비해야 하는구나’라는 각성이 생겼다. 의뢰와 매출이 1년 새 두 자릿수 늘었다. 불황의 역설이다.”
조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