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최근 침을 뱉는 등의 행위를 한 청년들이 한국인인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이들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조롱하려 이런 소행을 했으며 사건 당시 일본어로 “천황폐하 만세”라고 외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A(31)씨와 B(25)씨 등 20~30대 남성 4명은 지난 6일 오전0시8분쯤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서 소녀상에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드는 등의 행위를 했다.
이들은 이를 제지하는 시민과 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10일 경기 안산상록경찰서에 따르면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롱하려고 그랬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당시 상황이 찍힌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한 결과, A씨 등이 소녀상에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드는 등 조롱한 것에 더해 일본말로 “천황폐하 만세”를 외친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일본어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 이들은 “일본말을 하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더 모욕감을 줄 것 같아서”라고 밝혔다.
경찰은 10일 오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경기 광주 나눔의집을 방문해 이러한 사실을 전달하고 할머니들에게 A씨 등에 대한 고소 의향을 재차 확인했다. 모욕죄는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이기 때문.
할머니들은 “청년들이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도록 놔둔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며 “A씨 등이 사과하면 받아들이고 고소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할머니들은 10일 경찰의 말을 들은 뒤 A씨 등의 모욕 행위가 애초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으나, 이들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한편 나눔의집 안신권 소장은 “최근 A씨 등이 연락을 해왔는데 그들 사이에서 할머니들께 사과하는 것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아서 일단 고소장을 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처벌보다는 사과하도록 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할머니들의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용준 온라인 뉴스 기자 james109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