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사회의 특징은 모든 사람이 경제적·사회적으로 똑같은 참여 기회를 갖는 것이다. 문화나 예술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엘리트들이 문화를 독점하는 대신 대중사회에 걸맞은 대중문화라는 새로운 문화형식이 힘을 발휘한다. 196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팝아트가 등장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였다. 그 후 팝아트에 의해 순수미술과 대중문화라는 구분이 무너졌고,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이 일어났다.
‘캠벨 수프 깡통’은 미국의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이 당시 대중문화의 현장인 뉴욕에서 발표해서 관심을 끈 작품이다. 워홀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프 깡통 포장지 디자인을 그대로 유화로 옮겨 그려서 자기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이 그것도 미술이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워홀은 개의치 않았고, 진부하고 평범한 것을 소재로 계속 사용했고, 순수미술 이면의 엘리트주의에 대한 도전장을 들이밀었다. 똑같은 상품, 똑같은 옷, 똑같은 음식 등이 반복되는 지루한 동일성에 둘러싸인 대량생산사회를 풍자한다는 의도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