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대립하면서 민주당의 진보 색채를 강화하려 한 유색인종 출신 초선 여성 의원 ‘4인방’을 겨냥해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공격했다. 푸에르토리코계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소말리아계 이슬람교도 일한 오마르, 팔레스타인 난민 2세 라시다 틀라입, 흑인 출신의 아이아나 프레슬리 하원의원이 공격 대상이다.
미국에서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은 백인을 제외하고 흑인이나 중남미계 라티노 등 소수 인종의 미국 거주를 반대하는 대표적인 인종차별 발언으로 통한다. 미국 정치권은 대통령의 입에서 그러한 적나라한 표현이 나왔다는 사실에 충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 4명의 여성 의원 중 외국에서 출생한 사람은 소말리아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오마르 의원 한 사람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을 받은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미국이 원래 내 나라”라고 반격했다. 코르테스 의원은 이날 트윗을 통해 “내가 온 나라, 우리 모두가 맹세한 나라는 미국”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까지 포함하는 미국을 상상할 수 없어서 화가 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마르 의원도 트윗에서 “의회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선서를 한 유일한 나라는 미국”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최악인, 가장 부패하고 무능한 대통령에 맞서 미국을 보호하고자 싸우는 이유”라고 맞받았다.
이들 4인방과 당 노선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펠로시 의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는 ‘미국을 다시 백인 나라로’라는 뜻이다”면서 “그의 발언은 인종차별이고, 미국을 둘로 갈라놓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트위터에 “그들은 미국 출신으로 한 가지 점에서 옳다”면서 “지금 그들의 정부가 완전히 대재앙이라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