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안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임명건을 두고 또다시 충돌했다.
윤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보수 야권의 거부로 불발된 데다 한국당이 정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까지 연계하고 나서 6월 임시국회 내 추경 처리는 불투명해졌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이날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본회의 일정 등을 논의했으나 정 장관 해임 건의안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합의를 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6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인 오는 19일까지 추경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정 장관 해임 건의안 제출을 두고 ‘국정 발목잡기’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당을 겨냥, 추경을 볼모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은 북한 목선 입항 사건에 대한 국정 조사와 국방 장관 해임 건의안 처리를 위해 18일과 19일 양일간 본회의를 요구하고 있다”며 “추경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본심이 드러난 것으로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거부 방침을 밝혔다.
국회법상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는 법령을 예로 들기도 했다.
당 일각에서는 6월 임시국회 일정 합의 불발에 따라 내달 다시 임시국회를 열어 추경과 정 장관 해임 건의안을 동시 처리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정경두 지키기’에 골몰하며 이른바 ‘방탄 국회’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렵사리 문을 연 6월 임시국회를 ‘묻지 마’ 추경의 ‘거수기 국회’로 만들려던 여당이 이제는 국방 장관의 방탄 국회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바미당과 함께 정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국당은 북한 목선의 강원 삼척 입항 사건의 군 경계 실패와 더불어 경기도 평택시 소재 해군 2함대사령부 허위 자수사건의 군 기강 해이 등을 문제 삼아 정 장관의 해임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은 또 윤 후보자에 대해 문 대통령이 임명 강행 수순을 밟고 있다며 공세를 강화했다.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는 오늘(15일)까지 윤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의 재송부가 없으면 임명을 강행하겠다며 국회를 또 한 번 무시하고 협박하고 있다”며 “다음에는 아마 조국 법무부 장관 같은데 결국 이 정부는 끝까지 적폐청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바른미래당은 정 장관의 해임 건의안 표결 처리를 촉구하며 한국당과 보조를 맞췄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추경안 처리는 물론이고 민생 입법과 경제토론회 등 모든 일정을 뒤로 미루고 정 장관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다”며 “국회법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추진하는 정 장관 해임 건의안 표결을 꼼수로 막을 방법은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황교안 한국당대표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수용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해 여야 공조 국면이 조성될 수 있을지 일말의 희망이 싹트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위기 상황에 정치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했다.
황 대표는 회견 후 ‘그동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대통령과 5당 대표와의 회동 형식도 포함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경제를 살리고 국가를 지키고 국민 돕기 위한 모든 방식에 다 동의한다”고 사실상 수용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에 “사실상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수락한 것으로 보여 환영한다”며 “이른 시일 내 형식에 구애 없는 대화의 장이 열리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양봉식 기자 yangbs@segye.com